[런다운] 헐, 사구가 맞다고?…민망했던 헐크의 진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7시 00분


오심을 확신한 헐크는 화끈한 변신을 준비했지만 순박한 선수의 고백에 입맛만 다시고 돌아섰다. 덕아웃에서 그라운드까지 쏜살같이 뛰어가 ‘광속 항의’, ‘광속 어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이만수 SK 감독대행. 그러나 29일 문학 4차전에선 어쩔 수 없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SK는 7회 박재상의 3점홈런으로 4-5까지 삼성을 추격했다. 그러나 8회 2점을 잃고 경기를 내줬다. 그 과정에서 애매한 판정이 있었다. SK는 1사 만루에서 박희수가 던진 몸쪽 공에 배영섭이 맞았다고 판정돼 밀어내기로 1실점했다. 그러나 TV중계화면에는 배영섭의 손목이 아닌 배트끝 부분에 맞은 것처럼 보였다.

1사 만루였으므로 배영섭의 몸에 맞는 공 출루는 사실상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SK는 곧장 추가로 1점을 더 잃으며 추격의지가 꺾였다. 이 대행도 손목이 아닌 배트에 맞았다고 판단해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속도가 안나 매번 안간힘을 쓰며 뒤를 따르는 이철성 수석코치도 이 순간만큼은 광속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가장 가까이에서 이 상황을 목격한 ‘아군’ 정상호에게 사인이 왔다. 당연히 몸이 아닌 배트에 맞았다는 신호라고 생각했지만 아뿔싸! 정상호는 이 대행에게 자신의 손목을 치며 ‘몸에 맞았다’는 사인을 보냈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무장된 진정한 프로의 자세였을까. 그러나 1점이 아쉬운 SK 선수, 그리고 막 헐크로 변신을 시작한 이 대행 모두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항의를 하는 둥 마는 둥 덕아웃으로 돌아간 이 대행, 경기를 패한 뒤 “우리 선수들 참 순박합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겼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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