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리포트] 캡틴 이호준 “나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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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7시 00분


SK 와이번스 이호준.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이호준. 스포츠동아DB
4번타자로 PO 5타수 무안타…SK 주장의 고뇌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그 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문학구장의 주차장에 닿았다. ‘아, 그냥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갈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도 주장인데…. 후배들 분위기라도 띄우자.’

이호준(35·SK·사진)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1·2차전에서 팀의 4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5타수 무안타에 볼넷만 2개. 무엇보다 흐름이 그의 타순에서 계속 끊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1군 생활만 16년차인 베테랑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제가 못한 것이니까, 팬 분들께 안 좋은 소리 듣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제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되는 타격을 하니까…. 후배들 보기도 미안하죠. 제가 다 경기를 망치는 것 같아서…. 주장으로서 미팅 때 ‘잘 해보자’고 말하고 싶은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오죽하면 취재진에게 “은퇴 시기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냐?”는 슬픈 농담(?)을 던졌을까.

하지만 통산 224개의 홈런을 친 강타자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미 준PO 때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KIA 윤석민을 상대할 때는 방망이 길이를 1인치 줄여서 타석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더 심했다. 19일 문학에서 열린 롯데와의 PO 3차전을 앞두고도 이호준은 여러 개의 방망이를 만지작거렸다. 손끝에서는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박)진만아, 아직 애들 안 끝났냐?” 이 날 경기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이호준은 앞 조의 타격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광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마음만은 근질근질. 그는 “2차전에서 삼진과 병살을 기록하고 보니 3번째 타석에서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못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볼넷이라도 얻어낸 것 같다”며 희망의 실마리를 꺼냈다. 과연 캡틴의 고뇌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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