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경질] ‘야인 된 야신’ 김성근 감독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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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07시 00분


“심기일전 머리 깎고 야구장 갔더니 해고 통보”

김성근 전SK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성근 전SK 감독. 스포츠동아DB
“오히려 편하다. 이런 게 사회생활 아니겠어?”

SK 김성근(69·사진) 감독은 18일 구단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지만 목소리는 평온했다. “어디냐?”는 물음에 그는 “집에 왔지. 이 시간에 집에 온 것도 오랜만이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성격. 그는 속으로는 힘들어도 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잘렸지만) 오히려 편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야. 이런 일(해고) 한두 번도 아니고. 허허”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프로 1군 사령탑에서만 6번째 해고 통보. 그러나 통화 내내 밝음을 유지하려는 목소리 사이사이로 착잡함과 아쉬움의 그림자가 배어나왔다.

“남은 기간 잘해보려고 오늘 머리도 깎고 야구장에 갔다”면서 “원래 1시반쯤 야구장에서 아이들(선수들)을 모아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열심히 하자’고 얘기하려 했는데 감독실에서 해고됐다는 통보를 들었다. 선수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얘기했고, 남은 시즌 열심히 하라고 했다. 코치들에게도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실업자가 된 그는 “시간이 많으니까 뭘 할지 생각해보겠다. 머리도 식힐 겸 일본에 다녀와야겠다”며 모처럼 찾아온 여유를 즐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실적도 있으니 언젠가는 다른 팀에서 러브콜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이 나이에 누가 불러주겠어?”라고 반문한 뒤 “내가 야구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조만간 어디 대학이나 고등학교에 인스트럭터로 가서 선수들 가르치고 있겠지”라며 웃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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