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통한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해까지 ‘폭염 축제’를 열었을 정도다. 실제로 대구는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1942년 8월 1일 40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가 날씨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대회 기간인 8월 말과 9월 초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으로 무더위와 폭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과 열대야(밤 기온 25도 이상)가 최근 10년 평균보다 많았던 점도 조직위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통상 야외 경기인 육상에서 폭염은 기록의 적으로 인식된다. 체육과학연구원 서태범 연구원(37)은 “고온에선 체열과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액 내 피로 물질인 젖산의 축적 농도가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동원하는 근글리코겐의 사용이 많아진다. 총체적으로 운동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열린 두 차례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열린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선 세계신기록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25∼30도 정도의 기온 속에 치러진 2009년 베를린 대회는 기록 풍년이었다.
폭염은 장거리 선수들의 경기력에 더 치명적이다.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라톤의 최적 기온을 10∼15도로 본다. 실제로 200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세계기록(2시간3분59초)을 달성할 당시 기온은 13도였다.
반면 단거리의 경우엔 고온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고온에서 공기 밀도가 낮아지고 공기 저항도 줄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100m, 200m 세계신기록을 달성할 당시 기온도 25∼30도였다.
투척 종목도 마찬가지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기구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증가시켜 기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 연구원은 “고온이 기본적인 운동능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기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단거리와 투척 종목의 경우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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