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팬이 본 트레이드] 눈 가리고 아웅식 트레이드 정말 현금 거래는 없나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일 07시 00분


핑크빛 미래는 없다. 그 누구도 진심으로 우리에게 미래는 밝다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넥센 팬에게 트레이드 이야기는 참으로 지겨운 소재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 게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넥센 팬이 된 이후로 나는 매년 겨울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올해는 여름에도 같은 말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결과는 항상 좋지 않은 소식으로 끝났다.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메인·서브 스폰서로부터 받는 후원금, 입장수입, 그 외 부가수입을 한쪽에 쌓아본다. 옆에는 한해 구단 운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금액을 놓아본다. 관계자가 아니니 정확한 금액은 모른다.

하지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계산한다 해도 지출에 비해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넥센발 트레이드에 돈이 낄 수밖에 없는 이유, 정확히는 넥센에서 트레이드가 일어나게 되는 유일한 동기다. 대체 돈 때문이 아니라면, 어째서 이렇게 많은 트레이드가 일어난단 말인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넥센발 트레이드에선 현금 이야기가 쏙 빠졌다. 현금이 낀 트레이드가 승인이 거부되었던 시점 이후부터다. 그 이후로 정말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세상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KBO도, 넥센도, 상대팀도. 이런걸 보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대충 알 것 같다. KBO는 자신들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거나, 인정할 수가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이 ‘공공연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다 아는’ 수상한 트레이드들을 승인하지 않으면 넥센 히어로즈는 적자에 시달리다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실패가 극명하게 드러날뿐더러 경기수까지 늘려가며 수치적으로 흥행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근래의 프로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테니 말이다.

헌데, 팬을 위한 변명은 이제 누가 해주는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정말 문제가 없는 일인마냥 많은 사람들이 당당하다. 하다못해 미안하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이라도 해줬으면 싶다. 팬은 항상 더 사랑하는 입장이고, 더 사랑하는 쪽은 보통 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많이 져줬고, 앞으로도 조금은 더 져줄 자세가 되어있다. 아직 사랑하는 동안에는 말이다. 우리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하지 말라. 괜찮지 않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그냥 미안하다고, 문제가 있다고, 혹은 도와달라고 한마디만 해달라. 진심이 아니더라도, 사랑한 죄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끝이 난 건 아무 것도 없다. 잔인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황선하 야구사진 찍는 것이 취미. 넥슨 마미노기 영웅전팀에 근무하며 주말이면 목동구장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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