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의 인물탐구] 김민재, 지각 결혼선물은 ‘런던 金바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⑪ 역도 김민재

대학시절 고질적 허리통증에 운동 접어
5년만에 다시 든 바벨 경이적 기록 향상
대표팀 발탁 후 KISS 동작분석 큰 도움

25일 아내 둘째 출산…훈련 매진하기로
결혼식 못올려준 죄 꼭 메달 따서 갚을 것


역도 국가대표 김민재(28)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운동을 무려 5년이나 그만뒀다가 다시 바벨을 잡은 뒤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몸무게를 15kg 정도 불려 체급을 올렸다. 체급을 바꿨지만 기록이 기존 선수들보다 좋아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역도에서는 운동을 오래 쉬었다가 복귀해 국가대표 선수가 된 사례가 없다. 김민재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다.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 획득을 노리는 그는 기록으로 봐도 목표치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4kg급으로서 최고 기록은 인상 190kg, 용상 221kg이다. 이 체급 세계기록은 188kg(인상), 232kg(용상)이다. 인상에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용상은 경쟁자들보다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인상 종목이 워낙 강해 용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상쇄하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민재는 고교 시절까지 특급 유망주가 아니었다. 고교 시절 62kg급에서 1년 후배 사재혁과 경쟁하는 사이었다. 당시도 인상은 강했지만 용상 기록이 좋지 않아 종합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는 2003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동을 포기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바벨을 들기가 힘들었다.

김민재는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허리 통증도 계속되다보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도 중퇴하고, 군대로 일반병으로 다녀왔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군에서 제대한 2005년 이후 그는 헬스 트레이너 등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몸 안에 잠재한 운동 본능이 꿈틀거렸다.

바벨을 들어보니 허리 통증이 없어졌음을 확인하고 다시 ‘쫄쫄이’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코치도 없이 혼자 운동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예상보다도 빨리 기량을 회복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바벨을 들어올린 덕분인지 기록이 향상되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

“즐기면서 운동을 하니까 바벨을 드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기록이 쑥쑥 향상됐고, 대표선수로도 발탁될 수 있었다.”

김민재는 2009년부터 대표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기록이 더 좋아졌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의 기술 분석이 김민재의 기록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김민재는 바벨을 들어올릴 때 몸이 왼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KISS의 동작 분석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 뒤 오른쪽 하체와 엉덩이 근육 보강 훈련을 통해 자세를 교정했고, 바벨을 들어올릴 때 안정감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기록은 더 향상됐다.

“몇 차례 해보지 않았지만 동작 분석을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대표선수가 되기 이전에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훈련해보지 못했는데, 혼자 운동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주부터 태릉선수촌에 입촌,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꿈인 올림픽 메달 획득을 이루어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5일 아내가 둘째를 출산하지만 훈련을 위해 가보지 않기로 했다. 결혼식을 런던올림픽 이후로 연기했을 정도로 그는 뒤늦게 잡은 바벨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김민재는 “남들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재미있게 선수생활을 하니 항상 웃을 수 있다”며 “내년 올림픽에서 반드시 목표로 삼은 메달을 획득한 뒤 그 동안 고생했던 아내에게 뜻 깊은 결혼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분석|서태범 KISS연구원
정리|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김민재는? ▲생년월일: 1983년 10월 13일 ▲신체조건: 173cm/ 93kg ▲학력: 신재초-동의중-부산체고-한국체대(중퇴) ▲소속: 경상북도개발공사 ▲주요성적: 2008년 전국체육대회 남자역대 94kg급 인상 동메달·2009년 동아시아대회 역도 남자 94kg급 은메달·2010년 광저우아시아게임 역도 남자 94kg급 동메달·2011년 대한역도연맹 우수선수상. 2011년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남자 94kg급 금메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