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브리티시오픈 우승하기까지…19전 20기 인생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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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클라크 우승컵 속엔 ‘43세, 아내의 죽음, 약혼녀, 두아들, 고향, 헤어스타일, 빛나는 눈, 매력적 성격, 좌절, 맥주 주당, 시가 골초, 따뜻한 인간미, 재기’ 가 들어있다

5년전 아내 세상 떠나 한때 방황의 시간
슬픔 삼키기 위해 더많은 땀방울 쏟아내
그가 자라온 곳서 마침내 메이저 챔피언
“난 자랑스런 아빠…우승 이제 시작이다”



메이저대회가 더 극적인 건, 감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18일(한국시간) 끝난 제140회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코끝을 찡하게 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우승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는 일주일 뒤면 마흔 세 살이 된다. 골프에 전성기가 따로 없다는 걸 증명한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골프가 쉽다는 건 아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우승 한번 못해보고 필드를 떠난 선수가 더 많다. 그래서 클라크의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더 값지다.

‘크라렛저그’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클라크는 5년 전 아내 헤더를 잃었다. 유방암을 앓던 아내 헤더는 클라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세계랭킹 10위권에 머물던 때) 남편과 아들 둘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클라크는 시름에 빠졌다. 잠시 골프를 접고 두 아들을 혼자서 키웠다. 세계랭킹도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상황을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골프전문지 골프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억지로라도 다시 예전처럼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라며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털어놓았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은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클라크는 지난해 12월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의 엘리슨 캠벨과 약혼했다. 인생의 새 동반자를 만난 것이다. 클라크는 우승 뒤 가장 먼저 “하늘에서 아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며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우승을 바쳤다. 이어 부모와 두 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마지막으로 그린 옆에서 그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린 약혼녀 엘리슨과 키스를 나눴다.

기적 아닌 준비된 메이저 챔피언

국내 골프 팬에게 대런 클라크라는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그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톱스타다.

클라크는 유럽과 미국에서 선수와 팬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리 웨스트우드부터 타이거 우즈까지 두루 친분을 쌓고 있다. 골프월드는 클라크에 대해 “멋진 헤어스타일과 빛나는 눈을 가졌고,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종종 맥주와 시가를 많이 피우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 다가서고 싶은 느낌을 들게 한다”고 표현했다.

클라크의 우승에 대해 어떤 이들은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평가한다. 하지만 클라크는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려왔다. 그는 2006년 인터뷰에서 “(라이더컵이 끝난 뒤) 나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해야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승리가 있을 것이다. 브리티시오픈은 내게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브리티시오픈은 영국의 링크스 골프장에서 열린다. 내가 자라온 곳이다. 그만큼 나와 잘 맞는 코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바람대로 그는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올랐다. 아내와 사별한지 5년 만에 이뤄낸 인간승리다.

라이더컵이 골프인생의 전환점

2006년 라이더컵은 클라크에게 골프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대회가 열리기 딱 6주 전 아내를 떠나보내면서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주장 추천으로 라이더컵 출전 자격을 얻고 나서 다시 고민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회에 나가지 않는다면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아내를 잃었지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라이더컵 일원이 됐다.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클라크는 “(라이더컵)1번홀 티박스에 섰을 때 엄청난 압박이 밀려왔다. 하지만 잘 극복했다. 어떻게 그렇게 해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해냈다. 그것은 오랫동안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라이더컵에서 사흘 동안 3승을 챙기며 유럽 우승의 주역이 됐다. 그것은 클라크를 다시 필드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아내 생각에 마지막 날 잭 존스와 경기를 끝낸 뒤 펑펑 눈물을 흘렸지만 그에겐 또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승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나는 한번도 1등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좀더 골프를 즐기기를 원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

이제 클라크의 이름 앞엔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세계 어디를 가도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더 뿌듯해 했다. 게다가 이번 브리티시오픈이 클라크에겐 스무 번째 출전이었다.

● 대런 클라크는?

-출신: 북아일랜드
-생년월일: 1968년 8월14일생
-신체조건: 189cm/ 89kg
-프로입문: 1990년
-통산우승: 유러피언투어 14승(PGA 2승 포함), 챌린저투어 1승
-주요기록: 1993년 알프레드 던힐오픈 우승, 1998년 볼보 마스터스 우승, 2000년 WGC 매치플레이 우승, 2003년 WGC NEC 인비테이셔널 우승, 2008년 BMW 아시안 오픈 우승, 201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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