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ㅣ오승환] 벌써 22S…오! 승환의 폭풍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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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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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왕 유력 오승환의 재기 그리고 야망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오승환. 스포츠동아DB.
팔꿈치 수술 뒤 부담…30세 몸관리 완벽
꿈의 방어율 0.84…5년전 보다 더 진화

지고는 못 배기는 오기, 짠물투구의 힘
“체력 문제없어…롱런하는 마무리 목표”
우리 나이로 서른 살. 한때 승승장구하며 최정상에 우뚝 섰던 기억이 또렷하다. 운명의 장난처럼 찾아온 시련 앞에서 나락까지 떨어져본 적도 있었다. 길지 않은 인생, 그러나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렸던 부침의 시간-. 삼성의 ‘돌부처’ 오승환(29)이 재기를 넘어 폭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3일까지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32.1이닝을 던지면서 고작 14안타 3실점 3자책점을 기록하며 22세이브(1구원승)를 챙겼다. 벌써부터 구원왕 등극이 유력하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의 부활이 팀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는 긴 말이 필요 없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 9회말 4-3, 1점차 박빙 리드서 등판한 그는 세 타자를 탈삼진 1개를 곁들여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22세이브째를 따내는 한편 팀을 1730일 만에 1위로 올려놓았다.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의 주역인 그가 자신의 어깨로 또 한번 팀에 화려했던 기억의 편린들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비로 롯데전이 취소된 3일 대구구장. 장맛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오승환을 만났다. 완벽하게 복원시킨 언터처블의 구위와 되찾은 자신감, 재기의 감회, 놀라움으로 변해가고 있는 주변의 시선에 대한 느낌 등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서른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평소처럼 무표정한 가운데서도 오승환은 올시즌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다짐했던 포부부터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는 3∼4년 잘 던지고 단명 하는 마무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올시즌도 못 던진다면 그런 선배들처럼 단명 하는 마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롱런하는 마무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 첫 해였던 2005년 10구원승-16세이브-11홀드로 강력한 소방수의 등장을 알렸던 그는 2006년 47세이브, 2007년 40세이브, 2008년 39세이브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에 시달린 2009년 19세이브, 팔꿈치 수술까지 받은 지난해 4세이브로 끝없이 추락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까지 부진했더라면 ‘이제 오승환은 끝났다’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었음은 자명하다.

계속해서 오승환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올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2006년, 2007년보다 (몸상태·구위·성적 등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그 때보다 위력 있는 볼을 던지고 있고, 몸 관리도 더 잘되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서른은 어린 나이 아니냐. 난 아직 서른 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진화한 것일까?

오승환의 올해 페이스는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2년 연속 40세이브 고지를 밟았던 2006∼2007년을 연상시킨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강력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오승환의 시즌 방어율을 그래프로 만들면 올해가 가장 낮다. 2005년 1.18, 2006년 1.59, 2007년 1.40, 2008년 1.40이었다. 물론 2009년(4.83)과 2010년(4.50)은 참담했다.

올해는 어떤가. 0.84라는 꿈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도 고작 0.130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은 주자가 있었을 때는 7푼9리, 득점권에선 5푼3리로 뚝 떨어진다. ‘짠물 투구’의 원동력을 설명해주는 지표다.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오승환은 올해 과거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승환의 오기다. 오승환은 지고는 못 배기는 체질이다. 그런 투수가 작년, 재작년 부진하지 않았나.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했고, 지금도 훈련량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코치는 “제구력이 나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승환은 “나이 들어 구속도 떨어지고,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또 몸관리에서 과거에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들, 어떻게 먹고,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알고 잘 지킨다”며 “(모두가 힘들어하는) 여름이지만 체력적으로 문제는 전혀 없다. 내가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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