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남이 사기쳤다”…그러는 그대는 깨끗합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6월 28일 07시 00분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했다.

지금 K리그가 그렇다.

검찰이 승부조작 대상 경기를 작년 정규리그로 확대하면서 전남 드래곤즈가 쑥대밭이 됐다. 전남 전·현직 선수들 중 8명이 현재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자 작년까지 전남에서 뛰던 선수를 올 시즌 앞두고 영입한 구단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이적료 반환 청구소송을 해야 한다.’ ‘전남이 사기를 쳤다’며 성토하고 있다. 해당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전혀 몰라 영입하게 됐고, 전남이 사전에 알고도 선수정리 차원에서 이적 시켜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라면 전남은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설령 몰랐다 해도 선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구단들은 전남 출신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일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다는 소문은 오래 됐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파다했다. 대부분 선수 에이전시, 구단 코칭스태프나 관계자를 통해 흘러 나왔다. ‘A가 후배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B가 맞고 돌아왔다’ 등 정황이 너무 구체적이라 취재에 들어간 기자들도 많았다.

K리그 판은 그리 넓지 않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관계자를 다 합쳐봐야 1000명 안팎이다. 불미스런 사건은 하루도 안 돼 전 구단에 쫙 퍼진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작년부터 루머에 오르내렸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를 영입한 구단들도 사전에 이를 알고도 별 일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거나 어느 정도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우리는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는 건 낯간지럽다 못해 뻔뻔해 보인다.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적인 발상이고 일종의 책임회피다. 환부를 싹 도려내고 이번 아픔을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K리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다.

중국 송나라 때의 명재상 범순인은 자녀들에게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 너희들은 항상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고 가르쳤다.

K리그 구단들은 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 @Bergkamp08)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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