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세리머니에 관중석 웃음꽃 만발
스타플레이어 적지만 팬 호응도 최고
박희영 4골…가이아, 아테나에 9-6 승
아테나팀 까리나가 선취 골을 넣자 팀 동료 이세은과 심서연이 ‘남자친구 구함’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펼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보은|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WK리그 올스타전…‘별들의 전쟁’? NO! ‘별들의 축제’ YES
여자축구 ‘별들의 전쟁’ WK리그 올스타전이 13일 충북 보은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보은군은 이번 시즌부터 WK리그 정규리그를 개최하고 있는 도시다. 여자축구연맹이 남자프로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중소도시에서 WK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보은종합운동장은 대형 스타디움은 아니었지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올스타전 분위기를 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6000명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에 4235명의 관중이 찾았다. 큰 경기장에 관중이 없는 것보다 작은 경기장에 관중이 많은 게 낫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팬들의 호응도가 좋았다. WK리그에는 남자축구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타들이 많지 않지만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갈채를 보내며 호흡을 함께 했다.
선수들은 팬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한 골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아테나팀 용병 까리나(수원FMC)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자 다른 2명의 선수는 벤치로 달려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까리나 앞에서 펼쳐보였다. ‘남자친구 구함.’ 재치 넘치는 문구에 관중석이 ‘빵’ 터졌다.
7분 뒤에는 가이아팀이 나섰다. 박희영(대교)의 동점골이 나오자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커다란 플래카드를 펼쳤다. ‘여자축구 승부조작 NO.’ 최근 남자프로축구 K리그에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졌지만 여자축구 WK리그는 깨끗하다는 것을 팬들에게 알리는 문구였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골이 터질 때마다 선수들은 약속된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전반 22분 아테나 팀 전가을(현대제철)은 골을 넣은 뒤 낚시질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낚인 물고기 역할은 김나래(수원FMC)가 맡았다. 김나래가 진짜 물고기처럼 그라운드를 떼굴떼굴 구르자 팬들은 배꼽을 잡았다.
가이아팀은 선수들이 골이 터질 때마다 하프라인에 모여 최근 유행하는 춤을 차례로 선보였다. 춤 솜씨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가수들 못지않았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애쓰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선수들은 올스타전 경기를 뛰면 수당으로 1인당 20만원씩을 받는다. 이 금액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K리그 등 다른 인기프로스포츠 올스타전에 비하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진 않다.
하지만 선수들은 여자축구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해 올스타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골 세리머니 등으로 팬 서비스까지 특별함을 선물하기 위해 애썼다.
가이아팀과 아테나팀으로 나누어 열린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해트트릭 포함 혼자 4골을 몰아넣은 박희영의 활약으로 가이아 팀이 9-6으로 승리했다. 최우수선수상은 박희영에게 돌아갔고, 부상으로 상금 100원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