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메시-사비-비야의 예술을 본 건 행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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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살아 숨쉰 시간이었다. 전 세계가 축구 그 자체에 집중했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3-1 완승이었다. 그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빛을 완전히 가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결승전은 승패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아직도 우리 모두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탐욕스러운 난쟁이들의 집합소인 국제축구연맹(FIFA) 간부들은 6월 4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부패 혐의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이 사실조차 잊을 수 있었다.

맨유가 못한 것은 아니다. 박지성, 네마냐 비디치, 웨인 루니 등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가장 큰 무대에서 더 뛰어난 팀을 만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축구팬들은 맨유가 역대 최고인 8000만 파운드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파는 것을 지켜봤다. 맨유가 호날두를 보낸 뒤 더 나은 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맨유는 슈퍼스타를 잃었고 더욱 확실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없게 됐다.

박지성은 얼마나 경이적인 선수가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는지 기억해야 한다. 바로 사비 에르난데스다. 그는 136개의 패스 중 91%(124개)를 성공시켰다.

유럽축구연맹은 리오넬 메시를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하지만 필자는 사비가 진정한 최우수선수라고 생각한다. 초반 15분을 제외하면 이 카탈루냐인은 바르사의 심장이자 영혼처럼 경기했다. 그는 경기장 어디에나 있었고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다. 그의 패스는 바르셀로나의 리듬을 끌어냈다.

선제골은 사비가 왜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인지 보여줬다. 사비는 경기를 이끌었고 맨체스터의 수비라인을 압도했다. 그는 왼쪽을 보는 척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봤다. 페드로도 스트라이커로서 이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페드로는 단 한 번의 볼 터치 후 낮고 강한 슈팅을 날렸다. 은퇴가 예정된 에드윈 판데르사르에게는 잔인한 순간이었다. 41세의 백전노장은 가늘고 긴 팔 속의 힘줄들을 최대로 뻗었지만 골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르사의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도 곧바로 루니의 독기 오른 반격을 허용했다. 루니의 슈팅은 평소보다 강렬했다.

1-1 상황에서 메시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골을 만들어냈다. 메시의 플레이는 깊숙하고 효과적이었다. 맨유는 오히려 메시가 공간을 찾도록 도왔다. 바르사의 세 번째 골은 다비드 비야를 위한 선물이었다. 비야는 지난 한 달 부진했다. 카탈루냐 팬들은 스페인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인 그의 능력을 의심했다. 비야는 골을 통해 자신의 부진이 일시적임을 보여줬다.

모든 상황을 지휘한 사비, 천재성을 맘껏 발휘한 메시, 능력을 재발견한 비야까지…. 그들을 스타디움 안에서 직접 지켜본 사람들은 행운아였다.

바르사 수비수 에리크 아비달과 맨유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맞대결도 의미가 깊었다. 아비달은 3월 간에서 종양을 제거했고 발렌시아는 지난해 10월 발목 수술을 받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주제프 과르디올라 바르사 감독의 어깨를 아버지 같은 손으로 감싸며 격려했다. 25년간 지켜온 왕좌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들은 재판을 앞둔 FIFA 행정부의 무리들과는 다른 진정한 축구인들이다.

랍 휴스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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