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썰렁한 관중석…선수들 눈물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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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7시 00분


승부조작 그후 K리그 현장

‘팬 여러분 사죄 드립니다’ 현수막
대전 고참 박성호-최은성 눈시울
경기전 선수들 페어플레이 선서
“일벌백계로 새 출발!” 한목소리

29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추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수원 오장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인천 |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29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추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수원 오장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인천 |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승부조작 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K리그 12라운드 경기가 28일, 29일 양일간에 걸쳐 전국 8개 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경기장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경기장에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보드가 세워졌고, 현수막도 걸렸다. 일부 선수가 구속된 대전은 경기 시작 전 “승부조작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진 데에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또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 감독, 코치 등 팀 관계자들이 그라운드에서 선서하며 정정당당한 플레이와 승부조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충격에 휩싸인 K리그

패닉 상태에서 전북 전을 치른 대전 왕선재 감독은 “지도자로서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 오늘 경기장에서도 솔직히 어떤 표정으로 앉아있어야 할지 몰라 가면이나 선글라스라도 쓰고 싶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대전 선수들은 골을 넣은 뒤 홈 서포터를 향해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용서를 빌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주장 박성호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최고참 최은성도 인터뷰에서 “오늘 우린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뛰었다”고 말한 뒤 눈물을 보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대전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승부조작과 관련된 루머들이 돌고 있어 구단들은 바짝 긴장하는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해부터 소문이 나돌았던 일부 선수와 면담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선수들을 믿지 못하게 되는 등 신뢰가 무너졌다. 하루 빨리 서로간의 믿음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팀 운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벌백계와 환골탈태

대부분의 프로팀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K리그가 환골탈태해야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 동안 잘못된 부분을 확실하게 도려내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허정무 감독은 “썩은 것은 도려내고,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자체적인 검열 등 모든 수단을 통해서 뿌리 뽑아야 한다. 새로 태어나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윤성효 감독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축구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모두가 반성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현장을 찾은 에이전트 등 축구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에이전트는 “구단뿐 아니라 에이전트들도 소속 선수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등 힘을 보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아예 뿌리를 뽑아서 프로축구가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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