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눈빛으로 사인 보내면 2,3골 먹고 져주기도”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7일 07시 00분


■ 전직 K리거, 본지에 ‘프로축구 승부조작 실태’ 충격 제보

불법 브로커 연결된 선수들이 주도
“윤기원 연루뒤 고통 시달렸다”소문

선수들 게임중 불법사이트에 베팅도
K리그 톱스타도 브로커 매수돼 개입

승부 조작으로 충격에 빠진 프로축구연맹이 26일 축구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정남 연맹 부총재(맨 왼쪽)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승부 조작으로 충격에 빠진 프로축구연맹이 26일 축구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정남 연맹 부총재(맨 왼쪽)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축구 현역 선수들이 브로커로부터 ‘검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K리그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도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전직 프로축구 선수라고 소개한 A씨는 K리그에 만연된 승부조작 방법을 26일 스포츠동아에 제보했다.

“프로 출신으로 각 구단마다 친구들이 여럿 있지만 들려오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참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뗀 제보자는 요즘 보도되는 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몇몇이 발을 맞춰 사설 토토 사이트에 돈을 걸고, 게임을 지는 식의 장난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꼭 일부러 패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요즘 토토 사이트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심지어 게임을 뛰는 도중에도 돈을 걸고 도박할 수 있다. 후반 도중 눈빛 교환을 통해 사인을 보내면 2∼3골 내리 내주고 비기거나 지는 방식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전직 프로축구 선수가 이메일로 본지에 제보한 K리그의 승부조작 실태를 고발한 문건.
전직 프로축구 선수가 이메일로 본지에 제보한 K리그의 승부조작 실태를 고발한 문건.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 인천 골키퍼 윤기원에 대한 제보도 있었다.

“솔직히 윤기원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이 선수의 안타까운 사건이 또 묻혀버리는 듯 해 누군가 진실을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적는다”는 제보자는 “불법 베팅과 도박이 죽음과 연관된 게 아니라는 얘기가 들리지만 이미 K리그 선수들 사이에는 브로커의 시달림에 고생을 많이 한 걸로 소문이 나 있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어지는 글이었다.

“오히려 그는 피해자다. 윤기원은 같은 팀 동료한테 매수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이 길로 접어들게 됐다. OOO 선수가 토토 브로커와 연결고리가 돼 팀 동료들을 많이 매수한 걸로 알고 있다.”

OOO선수는 K리그의 스타급 선수다. 제보자는 이어 “OOO선수 말고 각 구단들마다 눈에 보이지 않게 행하는 승부조작들이 비일비재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이번 제보를 통해 한국 프로축구계를 바로 잡고 올바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끝을 맺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