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선발 조절…긴 작전…역시 4월의 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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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30일 07시 00분


■ SK-두산 시즌 첫 라이벌전 재구성

라이벌 팀간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문학 두산-SK전. 1위 SK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두산 선수들이 승리 후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라이벌 팀간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문학 두산-SK전. 1위 SK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두산 선수들이 승리 후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약점 잡아라”…경기전 분석 또 분석
SK 박정권 투런…니퍼트 해부 적중
두산, 승부 뒤집은 짜릿한 대타작전
치밀한 지략대결 경기내내 흥미진진


서로가 서로를 라이벌로서 인정했을 때 뿜어지는 어떤 팽팽한 기류가 만날 때마다 소용돌이 친다. SK-두산은 최근 5년간,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트렌드를 주도한 양강이다. 두산의 ‘타도 SK’ 집념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심리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두산을 가장 어렵게 여기는 팀이 SK다.

● 폭풍전야의 고요

두산 선수단이 SK전을 앞두면 유독 말수가 줄어드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29일에는 김경문 감독마저 말을 아꼈다. 27∼28일 삼성전 연패가 마음에 걸린 기색이었다. 광주에서 KIA에 2연승을 거두고 문학으로 귀환한 SK 선수단도 분위기는 밝았으나 진지하기는 매한가지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두산과 관련한 질문에 관해서는 즉답을 피해갔다. 두산과 SK가 만나면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한 물줄기로 작용하는 패턴을 띤다. 서전을 잡는 팀이 기세를 이어가 쭉 이겨버리는‘스윕 시리즈’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산은 니퍼트, SK는 송은범 실질적으로 팀내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을 29일 시즌 첫 맞대결에 배치해 기선제압을 꾀했다.

● 두산, 경기 전

두산 제1선발 니퍼트는 순서대로 던지면 26일 잠실 삼성전 선발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3일을 늦췄다. 공식 발표는 “어깨 근육이 뭉쳐서”였지만 SK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두산은 몸이 완전치 않아 선발에서 제외해온 이종욱과 고영민까지 29일 라인업에 전격 포진시켰다. 이종욱은 24일 한화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엄지손가락을 다쳤고, 고영민은 9일 KIA전에서 옆구리 근육통을 호소한 이후 20일 만에 첫 선발 출전이었다.

● SK, 경기 전

분석의 SK는 아예 경기 전 팀 미팅에서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들어갔다.‘평시’에는 훈련복 차림으로 참가한다. 끝나자마자 바로 6시30분 경기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실제 5시 시작된 미팅은 6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두산 선발이 여태껏 상대해보지 못했던 니퍼트였기에 철저 해부의 시간이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의외의 전개

앞선 4경기에서 피홈런 0이었던 니퍼트는 1회부터 홈런에 울었다. 3번에 포진한 SK 박정권에게 1사 1루에서 147km 직구를 구사하다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맞았다. SK는 2회에도 니퍼트의 폭투에 편승해 손쉽게 1점을 더 빼냈다. 그러나 3승 무패 방어율 1.96으로 승승장구해왔던 SK 선발 송은범이 2이닝 동안 6안타 2볼넷을 내주고 조기 강판됐다. SK 김 감독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29일 1군에 재등록시킨 고효준 카드를 꺼내들었고, 기대 이상의 호투로 5회까지 3-1 우세를 이어갔다.

6회까지 8안타-5볼넷을 얻고도 결정타가 번번이 빗나가 자멸하는 듯했던 두산은 6회초 2사 만루에서 이종욱을 빼고 넣은 대타 윤석민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4-3으로 전세를 뒤집어 승부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 두산 타선 vs SK 좌완

최근 5년간 라이벌 전선을 형성하는 기간, 두산 타선은 SK 마운드를 가장 괴롭혔다. 그러나 꼭 이겨야 되는 건곤일척의 일전에서는 거의 SK가 이겼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SK 좌완 마운드를 깨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언젠가 김성근 감독은 “의외로 두산 우타선이 SK 좌투수 공을 잘 못 친다”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통계도 뒷받침한다.

고효준 상대로 피안타율은 0.224(2009년)와 0.250(2010년)이었다. 김광현 상대로 2008년 이후 0.231을 넘어본 시즌이 없다. 이승호와 전병두를 맞아선 괜찮았지만 또 하나의 좌완 셋업 정우람은 깨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1할대다.

7회부터 등판한 큰 이승호를 맞아서도 0.063(2010년)이었다. 중반 이후 박빙에서 두산 타선의 SK 좌완 공략여부가 희비를 갈랐는데 2011시즌 첫 조우도 그 ‘공식’대로 전개됐다.

문학|김영준 기자 (트위터 @matsri21)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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