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데뷔전인 15일 라쿠텐과의 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했지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엔 2%가 부족했다. 팀 고참으로서 퍼시픽리그 최하위(2승 1무 6패)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추슬러야 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일본 무대에서 고대하던 첫 승을 따냈다. 2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안방 경기에서 두 번째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7이닝 동안 3안타와 4볼넷만 내주고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세이부 타선을 봉쇄했다. 오릭스의 2-0 승.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 시절인 2009년 5월 LA 다저스전 이후 709일 만의 선발승이다. 108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는 64개,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km. 평균자책은 1.98로 내려갔다.
첫 승을 향한 박찬호의 항로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구력 불안을 노출하며 4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0km 안팎에 머물렀고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박찬호는 1회 1사 후 두 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잡고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브라운과 아사무라 히데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2, 3루 위기를 맞았지만 무사히 넘겼다. 다음 타자인 아키야마 쇼고에게 2루 앞 땅볼을 내줬지만 2루수 고토 미쓰타카의 송구를 받은 포수 스즈키 후미히로가 달려드는 3루 주자를 몸으로 막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와 4회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5회부터는 몸이 풀린 듯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세이부 타자들을 요리했다.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도 3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박찬호의 첫 승을 도왔다. 1회 오른쪽 안타를 치고 나가 3루까지 진출한 이승엽은 야마사키 고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며 선제 결승 득점을 올려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찬호 이승엽의 동반 활약 속에 오릭스는 3연패를 끊었다.
박찬호는 “많은 한인 앞에서 첫 승을 거둬 기쁘다. 위기 때마다 포수가 잘 도와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임창용은 히로시마와의 방문경기에서 5-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3연속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점수차가 커 세이브로 기록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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