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넣는 수비수, 이정수 별명은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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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인 후배 박주영 부담될라” 최고참인데도 조심조심…

전반 28분 코너킥이 선언되자 이정수는 상대 골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성용이 찬 볼이 혼전 중에 골문 오른쪽으로 흘러나오자 가볍게 트래핑한 뒤 수비수를 따돌리고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또 한 건 했다. A매치 39경기에서 5골째. 185cm의 장신인 이정수는 경희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공격수였다. 그런데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안양 LG(현 서울)를 맡고 있던 2002년 이정수를 뽑은 뒤 수비수로 전향시켰고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수비수가 됐다. 수비수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많이 잡아내는 이유는 ‘공격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 16강을 견인한 주역으로 활약한 배경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골도 넣어 본 선수가 넣는다. 이정수는 위치 선정이나 슈팅에서 공격수나 다름없다. 수비에서 몸싸움이 능하고 위치 선정이 좋아 현재 중앙수비수론 최고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이정수는 다소 외롭다. 31세인 그는 대표팀 최고참이다. 한 살 어린 박지성은 먼저 은퇴했다. 주장은 후배 박주영이 맡고 있어 선배로서 말 한마디, 행동도 조심하고 있다. 괜히 한마디 하면 주장의 권위가 흔들릴까봐 묵묵히 뒤에서 지원한다. 이렇다 보니 별명이 ‘그림자’다. 하지만 후배들은 최고참 이정수의 이런 애정 어린 침묵을 잘 알고 있다. 수비수임에도 번번이 골까지 터뜨려 주니 후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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