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식 감독 ‘마라톤 불모지’ 남미서 올림픽 메달 꿈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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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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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마라톤 참가한 김권식 페루 대표팀 감독

페루 선수들을 이끌고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권식 페루 마라톤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2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숙소 근처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에 응했다. 왼쪽은 존 카사요, 오른쪽은 글라디스
테헤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페루 선수들을 이끌고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권식 페루 마라톤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21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숙소 근처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에 응했다. 왼쪽은 존 카사요, 오른쪽은 글라디스 테헤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남미 대륙에서 한국의 마라톤 혼을 심고 있는 김권식 감독(58). 그는 페루 선수 8명을 이끌고 20일 열린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8개월 동안 그의 지도를 받은 글라디스 테헤다(26)는 여자부 4위(2시간32분32초), 존 카사요(24)는 남자부 9위(2시간16분10초)에 올랐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테헤다의 기록은 페루 여자 신기록. 김 감독은 “무명선수들을 키워 고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 날씨만 좋았다면 여자는 2시간24분대, 남자는 2시간11분대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국 중거리 대표팀 코치 출신으로 1999년 과테말라에 건너간 김 감독은 2003년 말 귀국을 고민했지만 마라톤에 대한 열정에 눌러앉았다. 현지 교민들이 ‘무명선수를 발굴해 키워보는 것도 보람 있다’며 마라톤팀 창단을 제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과테말라엔 실업팀도 없었고 올림픽 A그룹(2시간14분 이내)에 나갈 수 있는 선수도 없었다. 이런 악조건이 그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과테말라 대표팀을 맡은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A그룹에 2명씩 출전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김 감독은 지난해 페루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산지대인 페루에서 심폐기능이 특출한 원석을 발굴해 올림픽 메달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힘든 해발 3500m 고지대인 우왕카요에서 강훈련을 시켰다.

김 감독은 “서울국제마라톤은 세계 5대 마라톤에 들기에 충분하다. 유일하게 서울 도심을 달리고 코스가 평탄해 세계적인 건각들이 몰린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정이 빈약한 페루체육회가 국제대회 출전을 부담스러워하지만 나 때문에 한국 대회 출전만큼은 잘 지원한다. 이제 페루 선수들이 한국기록까지 넘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도 참가할 것을 약속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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