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김성태 “내 별명은 ‘유리몸’…승부구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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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7시 00분


유리몸 선발 후보 김성태가 사는 법

플로리다 전훈캠프에서 바람을 가르며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넥센 김성태. 그는 ‘유리몸’을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플로리다 전훈캠프에서 바람을 가르며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넥센 김성태. 그는 ‘유리몸’을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모두들 10승을 말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 10승을 못 던지면 투수도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는 넥센 김시진(53) 감독은 “이 맘 때 투수들 목표치를 다 더하면 120승이 나온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부푼 꿈’에는 말 그대로 ‘부푼’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듯, 넥센의 스프링캠프에도 소박한 목표를 담백하게 밝히는 선수가 적지 않다. 공익근무 이후 지난 시즌 복귀해,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성태(29)가 대표적이다.

● 유리 몸? 베이비?

남들은 큰 통증도 티를 안내는 것이 프로라는데, 이 선수는 볼 때마다 아프단다. 15일(한국시간) 자체청백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싱을 하기 위해 이동하면서도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를 돌렸다. 동료들은 이런 김성태를 가리켜 “유리 몸”이라고 놀린다. 축구선수 아르연 로벤(27·네덜란드)과 비교한다. 그래도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난 시즌 우리 팀에 있던 니코스키는 저를 베이비라고 불렀어요. 미국 선수들이 특히 남성적인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픈 내색을 안 하거든요. 그래도 어떡해요, 저는 아픈데…. 아무 말 안하다가 더 망가져요. 저도 예전에 그랬거든요. 그런 건 남자다운 게 아니라 그냥 미련한 마초맨이지.”

“나 아직 준비 안 됐어요. 더 멋지게 나와야 하는데….”플로리다 전훈캠프 도중 손사래를 치며 촬영을 마다하고 있는 넥센 김성태.
“나 아직 준비 안 됐어요. 더 멋지게 나와야 하는데….”
플로리다 전훈캠프 도중 손사래를 치며 촬영을 마다하고 있는 넥센 김성태.


● 수술 받은 선수는…가벼운 몸으로 일어나는 것만도 행복

김성태는 2005년 어깨수술을 받았다. 이제 공을 던지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통증은 평생 안고 가야하는 짐이다. 야구선수들 사이에서 ‘포경수술’로 불린다는 팔꿈치수술과는 달리 어깨에 칼을 대는 것은 더 부담이 크다.

그래서 김시진 감독은 지난 시즌 김성태의 투구수를 80개 내외로 조절했다. 그는 몸이 느끼는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고, 몸 관리에 더 철저할 수밖에 없다.

“투수들 사이에서 밤늦게까지 술 먹고도 잘 던지는 선수를 이렇게 표현해요.‘쟤는 지방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젖산(피로물질)을 태운다’고요. 놀면서도 잘 하는 선수들 보면 부럽죠.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난 천재도 아니고, 수술까지 했는데…. 어릴 때야 저도 술도 먹고 늦게까지 놀기도 했지만, 그럼 다음 날 몸이 바로 알아요. 요즘은 딱 잠에서 깼을 때 ‘아, 오늘 컨디션 좋다’ 이렇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플로리다 전훈캠프에서 불펜 투구에 한창인 넥센 김성태. 어깨 수술이란 아픔을 겪었던 그는 10승보다 규정이닝 진입이라는 소박하지만 담백한 목표를 갖고 있다.
플로리다 전훈캠프에서 불펜 투구에 한창인 넥센 김성태. 어깨 수술이란 아픔을 겪었던 그는 10승보다 규정이닝 진입이라는 소박하지만 담백한 목표를 갖고 있다.

● 10승보다는 규정이닝…천재도 무쇠팔도 아닌 나의 무기는 노력

김성태는 올 시즌 넥센의 4∼5선발 후보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남자가 배포가 있어야지. 10승은 해야지”라고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코치님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15승 못 던지면 선발도 아니잖아요’할 수 있는 분이셨잖아요. 하지만 나는 내 주제를 아니까….”

그래서 나온 목표가 ‘규정이닝 채우기’다. 지금까지 그가 한 시즌에 소화한 가장 많은 이닝은 66(2010시즌). 뜻한 바를 이루려면 2배 이상 더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10승만큼이나 ‘오르기 어려운 산’임은 분명하다. 지난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13명이었다.

한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도 15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10승 이상을 올리지 못한 투수는 3명뿐. “규정이닝 달성도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꼭 해보고 싶어요. 10년 동안 유망주라는 이름만으로 안 잘리고 버텨왔거든요.”

그는 “한국에 가면 또 노트 정리를 마저 하겠다”고 했다. 경기 전날이면, 각 팀 타자들의 성향 분석하느라 하얗게 밤을 지새운 흔적들이다.‘코스·구종별 약점, 현재의 컨디션, 타격성향’ 등이 정리돼 있다. 자료는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팀 별로 7권이나 된다. 천재성도, 무쇠팔도 없는 그의 무기다.

김성태는 “부족한 선수가 노력도 안하면 되겠나?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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