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2만5000달러 덜 받고 명분·실리 다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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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7시 00분


빅터 박이 전하는 ‘397만5000달러의 비밀’
고연봉 상징 400만달러서 한발 물러서
위험한 연봉조정 피하고 구단과 윈-윈
올시즌 활약 자신감 다년 아닌 1년계약

추신수의 2011시즌 연봉은 400만 달러가 아닌 397만5000 달러. 400만 달러에서 부족한‘2만5000 달러’에는 구단의 명분과 선수의 실리를 모두 챙긴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포츠동아DB.
추신수의 2011시즌 연봉은 400만 달러가 아닌 397만5000 달러. 400만 달러에서 부족한‘2만5000 달러’에는 구단의 명분과 선수의 실리를 모두 챙긴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포츠동아DB.
“추신수, 클리블랜드 양쪽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최선의 계약이다.”

추신수는 지금 성적보다 미래가치가 더 높게 인정받고 있는 선수다. 그런 만큼 다년계약이 가능하며 연봉조정에서 이겼을 경우 4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6년간 재무 애널리스트로 일한 빅터 박(36·한국명 박승현) 씨는 망설임 없이 “금전적인 부분 뿐 아니라 경기력, 팀과의 관계, 대외적인 평판까지 추신수에게 모두 큰 이득이 되는 최고의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스포츠동아는 19일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에 수차례 참여한 빅터 박 씨와 함께 연봉조정 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추신수의 연봉계약을 분석했다.

○왜 400만 달러가 아닌 397만 5000달러인가?

올해 추신수의 적정 연봉은 300만∼400만 달러선으로 평가됐다. 최종 계약은 397만 5000 달러. 400만 달러라는 상징적 액수에 2만 5000달러가 모자란다. 약 44억 2600만원 규모 계약에서 2780만원은 큰 비중이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빅터 박 씨는 “모든 연봉계약은 선례가 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프리에이전트 이외의 계약을 맺을 때 리그 사무국과 타 팀 입장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사장님(빅터 박 씨는 여전히 스콧 보라스를 사장님으로 불렀다)은 400만 달러를 피해 클리블랜드의 명분을 살려주면서 최대한 많은 연봉을 이끌어냈다. 국내에는 사장님이 구단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연봉을 높이는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대가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최고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이 전형적인 사장님 스타일이다”고 설명했다.

보라스는 2000년 프리에이전트(FA)를 1년 앞둔 박찬호와 LA 다저스의 계약 때도 구단의 입장을 고려해 1000만 달러의 상징성 대신 990만 달러 계약을 택하며 다양한 실리를 얻었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20년간 연봉조정이 없었다. 최대한 연봉조정을 피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열린 495번의 연봉조정에서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201번으로 확률로 치면 42.4%다.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지만 승리에 대한 확률이 낮은 게임에 전념하기보다는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위험한 연봉조정

빅터 박 씨는 “연봉조정은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자유로운 선수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특히 실제 조정위원회에서 구단은 종종 야구 외적인 부분을 꺼내들어 선수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다.

연봉조정에서 승리했다고 해도 선수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며 “추신수가 연봉조정이 주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위원회는 선수와 구단 단장이 꼭 직접 참가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구단이 고용한 연봉조정 전문 변호사가 개인적인 성향, 팀내 역할 등 그라운드 밖에서의 문제점을 꼬집어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캠프를 떠나 플로리다까지 오가야하는 고통

올해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위원회는 2월 2일부터 22일까지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한 호텔에서 열린다.

빅터 박 씨는 “조정위원회 스케줄 배정이 뒤로 밀리면 밀릴수록 선수의 훈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선수에게 계속 심리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가 있는 추신수가 연봉조정을 받았다면 한참 훈련할 시기에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를 오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며 “연봉조정에 신경 쓰지 않고 스프링캠프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점은 굉장한 이득이다”고 밝혔다.

○1년 계약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학습효과

메이저리그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는 추신수에게 다년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선택했다. 6년간 보라스와 함께 일한 빅터 박 씨는 이에 대해“보라스 사장님이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시애틀에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획득한 후 4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14년 전인 1997년이지만 4년 1070만 달러, 연평균 267만 달러의 계약이었다”며 “장기계약이 안정적이지만 이후 매해 MVP급 활약을 한 로드리게스 입장에서는 아까운 계약이었다.

추신수가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2013년까지 정상급 활약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148개의 홈런과 451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봉은 4년 장기계약에 따라 첫 해 106만 달러부터 마지막 해 436만 달러까지 차등적으로 1070만 달러를 나눠 받았다. 추신수도 3∼4년 장기계약이 가능했지만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1년 계약을 택했다.
○빅터 박은 누구?


빅터 박(36·한국명 박승현) 씨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재무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2001년 한국인으로는 최초 당시 필라델피아 소속이었던 트래비스 리의 연봉조정위원회에 직접 참석했다. 이후 수차례 실무자로 연봉조정을 준비하고 위원회에 참석했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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