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관전평] 미끄러운 그라운드서 정확한 2대1 패스 ‘박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19일 07시 00분


측면 킬패스…밀집수비 뚫을 해법 찾아

8강에 오른 대표팀에게 일단 박수를 보낸다. 남은 토너먼트에서도 부상 없이 계속 좋은 경기를 보여줄 거라 믿는다.

전반 시작과 함께 왼쪽에 박지성과 이영표, 오른쪽에 차두리와 이청용이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했다. 밀집수비를 뚫으려면 중앙이 아닌 사이드를 1차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이 바깥쪽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했기에 중앙의 지동원, 구자철에게 많은 찬스가 났다.

단순히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외에도 측면과 중앙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대일 패스가 세밀하게 연결되면서 9명 가까이 골문에 포진한 인도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작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북한과의 경기 때 수비위주 축구에 매번 고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북한과 인도의 수준 차가 워낙 커서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이 밀집 수비를 깨는 정석 플레이를 펼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과 볼 터치 그리고 패스다.

비가 와서 운동장이 미끄러운 데도 패스의 강도와 터치가 아주 적절했다. 볼의 빠른 속도를 인도 수비수들이 당해내지 못했다. 움직임과 터치, 패스는 축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동시에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초 재료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아졌다는 게 눈에 보인다.

지동원은 원 톱 공격수이면서도 좌우로 크게 휘젓는 넓은 활동반경과 상대수비를 떼어 놓는 움직임이 좋았다. 특히 한국 팀의 세 번째 골은 구자철의 패스도 좋았지만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파고드는 지동원의 움직임도 훌륭했다. 소속 팀 감독으로서 지동원이 우승컵을 품에 안고 빨리 국내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꼭 충고하고 싶은 건 곽태휘의 페널티킥 허용이다. 골과 직결되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 무리한 몸싸움이 전혀 필요 없었다. 1차전 퇴장으로 너무 의욕이 넘쳤던 게 오히려 화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만일 인도가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면 이번 실수는 경기 결과를 바꾸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남은 토너먼트는 모두 1골 승부다. 수비수들은 곽태휘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남 드래곤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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