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머신’ 김현수 20-20 도전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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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7시 00분


도루 노리게 되면 경기 집중하게 되고 팀에도 도움
작년엔 도루 4개 였지만 더 뛰고, 발전하는 게 목표
캠프때 슬라이딩 열공…새로운 김현수 기대하시라

김현수. 스포츠동아DB
김현수. 스포츠동아DB
“구체적으로 말하면 20홈런-20도루 클럽가입이요. 지금보다는 도루수를 늘리고 싶어요.”

두산 김현수(24)의 올시즌 목표다. 지금까지의 김현수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다소 의외의 얘기일 수 있겠다. 2010년까지 그의 통산 도루 수는 28개. 2008년 두 자릿수(13개) 도루를 기록하긴 했지만 2009년과 2010년 각각 6개, 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시즌 김현수는 ‘홈런’도 아닌 ‘도루’를 가장 먼저 입에 올렸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반드시 20도루를 채우겠다”가 아니다. 얘기를 꺼내기 전 “(도루가)100%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투수가 나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만 시도하겠다”고 먼저 못박았다. 단순히 기록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왜‘타격기계’인 그가 도루에 신경 쓰게 됐을까?

김현수는 3년 연속 150안타, 타율 3할을 기록한 타자다. 2008년 9개에 불과했던 홈런수를 2009년부터 20개 이상으로 올리며 홈런타자로서의 목표도 차근히 이뤄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득점권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개인최다홈런(24개)을 때려냈고, 수비도 한층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매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김현수도 “나에게 ‘기록’보다는 ‘지난해보다 얼마만큼 나아졌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구선수로서 그의 꿈은 어떤 기록을 남기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 대한 기대치도 높고 주위에서 칭찬도 해주시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며 “지금보다 1루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하고, 도루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도루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도루 13개를 기록했던 2008년에는 8번의 도루실패 기록이 있고, 2010년에도 성공(4개)보다 실패(8개)가 더 많았다. 도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 투수들의 퀵모션을 면밀히 분석한 뒤 1, 2초 안에 타이밍을 뺏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도 “그동안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주루에)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김현수는 도루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는“20-20클럽에서 앞의 ‘20(홈런)’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뒤에 ‘20(도루)’이 문제이긴 하다”며 웃고는 “일단 야구선수가 기본적으로 잘 뛰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치는 것도 잘 쳐야겠지만 도루를 하게 되면 팀 득점에 도움도 된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야구를)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적이 있으니까 무모한 도전은 아니지 않나. 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캠프 때 뛰는 것에도 많이 신경을 쓰겠다. 슬라이딩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보겠다. 새로운 모습의 김현수를 기대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드시 하겠다’는 아니다. 하지만 김현수는 해가 바뀔 때마다 야구를 좀 더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과감하게 돌진한다. “기억만 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은”, “야구할 때 가장 즐겁고, 야구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는 진정한 야구마니아 김현수의 새로운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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