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오지환 “자나 깨나 수비!…잡은 공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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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7시 00분


작년 주전유격수 꿰찼지만 실책왕 수모
LG 신연봉제 덕분 2400만원→ 1억 책정
팀 마무리훈련서 기본기부터 다시 연마
수비일기 쓰며 구슬땀…“올핸 다를 것”

오지환. 스포츠동아DB
오지환. 스포츠동아DB
LG 오지환(21)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2009년 LG 1차지명을 받았고, 사실상 1군 첫해나 마찬가지인 지난해에는 단숨에 LG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럭비공 행보도 관심의 초점이 됐다.

승부처에서 예상도 못한 홈런포를 터뜨려 팬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분수령에서 결정적 실책을 저질러 팬들의 머리를 싸매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겨난 별명은 ‘오지배’. ‘이기나 지나 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신연봉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오지환을 만나 속마음을 들어봤다.

○실책왕과 삼진왕으로 화제

지난해 타율은 0.241에 머물렀지만 홈런(13)과 타점(61)은 팀내 3위에 올랐다. 도루는 성공 13개에 실패는 2개. 그래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8개구단 전체 실책(27) 1위와 삼진(137) 1위에 오르기도 했다. LG는 그 때문에 많이 이겼고, 그 때문에 많이 졌다. 그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극과 극을 오갔다. 오지환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긴장을 많이 했다. 주눅도 들었고, 그래서 많이 쫓겼다”고 고백했다.

“중요한 순간, 1점차 승부에서 실수를 많이 했어요. 선배들에게도 미안했지만, 무엇보다 제가 실책한 다음에 관중들이 물밀 듯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와 힘들었어요. 원래 타격은 자신이 있었는데, 수비에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방망이까지 안 맞더라고요.”

그러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배들이‘나쁜 쪽이라도 1등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무엇이 부족한지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아요.” 오지환은 경기고 시절 주로 투수로 활약했다. 마운드에 서지 않을 때 간간이 보는 포지션이 유격수였다. 사실상 프로에 들어온 뒤 전문 유격수로 기본기를 배워나가는 상황이다.

○연봉 때문에 또 화제

오지환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연봉 때문에 또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LG의 신연봉제도에 따라 지난해 연봉 2400만원에서 단숨에 1억원을 돌파하게 됐기 때문이다. 연봉이 대폭 삭감된 선수나, 연봉이 미흡하게 인상된 선수의 잣대도 오로지 “오지환은 저렇게 올랐는데”였다.

“솔직히 아직 연봉협상 한 번 안 했어요. 구단으로부터 한 마디 들은 것도 없어요. 언론을 통해 제 연봉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제가 야구를 잘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연봉 1억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괜히 선배들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미국 마무리훈련 때 주장 박용택 선배가 선수단 미팅 때 ‘우리가 여기 훈련하러 왔지, 연봉 때문에 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팀 분위기를 추슬렀어요. 선배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자나 깨나 수비 생각

마무리훈련 내내 그의 머리에는 오직 ‘수비’만 있었다. 수비만 안정되면 공격 목표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기본기가 잘 갖춰진 일본선수들의 수비를 뚫어져라 지켜봤고,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에서도 수비의 기본기들을 새롭게 배워나갔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글러브를 핸들링해야는지, 더블플레이 때는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정리가 된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특히 정성훈 선배가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좋을 때는 ‘좋다’고 칭찬해주시고, 안 좋을 때는 곧바로 와서 몸소 동작으로 보여주며 가르쳐 주셨어요. 하나씩 느는 게 재미있었어요. 밤에 샤워하면서도 배운 것을 이미지 트레이닝했고, 일기장에 그날 느낀 수비 얘기를 정리했어요.”

그는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식도 느끼고 있다. “작년에는 감독님이 제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저에겐 행운이었죠. 그러나 내가 감독이라도 작년 같이 수비하면 더 이상 나를 쓰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가 어쩌면 제 야구인생의 기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수비에서 나아진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죠. 제 실책 때문에 야구장을 떠나셨던 팬들이 이젠 불안하지 않게, 야구장을 안 떠나게 해야죠.”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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