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첫 3500개 돌파… 삼성화재 여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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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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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공 200개 이상 받다보니 감각없는 팔, 주사도 안들어가”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철벽 리베로 여오현은 평소 내성적이지만 코트에 서면 돌변한다. 연방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공격수를 번쩍 들어올리기도 한다. 신치용 감독은 “여오현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런 자세가 마음에 
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삼성화재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철벽 리베로 여오현은 평소 내성적이지만 코트에 서면 돌변한다. 연방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공격수를 번쩍 들어올리기도 한다. 신치용 감독은 “여오현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런 자세가 마음에 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삼성화재
그는 눈에 띈다. 200cm가 넘는 거구들이 즐비한 코트에서 175cm의 키는 찾기 쉽다. 주름이 깊은 이마에 어릴 때 말썽깨나 부렸을 것 같은 얼굴도 한 번 보면 잊기 어렵다. 유니폼도 같은 팀 동료들과 다르다. 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32)을 만났다.

“왜 저 같은 선수를 인터뷰해요?”

여오현이 쑥스러운 듯 물었다. 그는 2일 현대캐피탈과의 대전 경기에서 최초로 리시브 3500개를 돌파했다. 이 부문 통산 2위 최부식(대한항공)과는 900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가 은퇴해도 다른 선수가 쉽게 넘을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리베로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화려한 공격수의 몫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부럽고 샘도 났죠. 이제는 신경 안 써요. 제가 아무리 잘 받고(리시브), 건져내도(디그) 공격수들이 득점으로 연결해야 빛이 나니까요.”

대전 유성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 레프트를 맡았던 여오현은 운동 신경이 뛰어났지만 키가 작았다. 성장에 좋다는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게 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키는 생각처럼 크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감독에게서 레슬링 등 다른 운동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받았다.

“고교 때 성장이 멈췄어요. 홍익대에 입학한 뒤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죠. 키와 상관없는 종목도 많은데 왜 하필 배구를 선택했을까 후회도 했고요. 그런데 대학 2학년 때 리베로 제도가 도입된 거예요. 천직이다 싶었죠.”

리베로는 그를 위한 자리였다. 여오현은 이내 두각을 나타냈고 국가대표로 뽑혔다. 벌써 10년째 빼놓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도 받았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원년을 포함해 6시즌 동안 4차례 수비왕(리시브와 디그)에 올랐다. 5일 현재 수비 부문 1위도 그다.

여오현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동갑내기 김일순 씨를 고교 3학년 때 우연히 다시 만나 8년 연애 끝에 2004년 결혼했다. 믿기 어렵지만 살면서 그 흔한 미팅 한번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1년에 열흘 정도 빼곤 배구공과 살아요. 집에서 자는 날이 두 달 정도 되려나. 거의 매일 공을 200개 이상 받다 보니 팔에 감각이 없어요.”

팔을 보여 달라고 했다. 꼬집어도 아프지 않고 주삿바늘도 잘 안 들어간다고 했다. 여오현은 그런 두 팔로 삼성화재를 4차례나 정상에 올려놨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삼성화재에 있었지만 이번 시즌이 가장 힘드네요. 든든했던 (석)진욱이 형이 부상으로 빠진 뒤 저부터 흔들렸으니까요. 적응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나아지겠죠.”

여오현은 상대의 강한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를 좋아한다. 몸을 날려 공을 살리고, 살린 공을 공격수들이 득점으로 연결할 때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고 했다. ‘작은 거인’ 여오현이 가장 눈에 띌 때다.

대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철벽 리베로` 여오현


대한항공 다시 ‘이륙’ KEPCO45에 완승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이 상승기류를 만나 제대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KEPCO45와의 경기에서 3-0(25-20, 25-22, 25-13)으로 이겼다. 올 시즌 9승(1패)째로 2위 현대캐피탈(7승 3패)과의 승차를 벌리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1일 LIG손해보험에 1패를 당했지만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강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올 시즌 태풍의 핵으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케니(31득점)와 황연주(23득점), 양효진(15득점) 삼각편대의 활약을 앞세워 3-2(25-23, 24-26, 17-25, 27-25, 15-8)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6승(2패)째인 이날 승리로 도로공사(5승 2패)를 제치고 하루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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