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채찍…박상오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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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7시 00분


서른살 대기만성 스타, 골밑 완벽장악
20득점 6R 영양만점…KT, 전랜 잡아

김주성 14점·12R·10AS 트리플더블
동부도 SK 83-63 꺾고 공동선두 합류

박상오 떴다  회초리 맞으며 자란 자식이 효도한다고 했다. KT 박상오가 딱 그렇다. 전창진 감독의 채찍질이 그를 더 강하고, 알차게 만들었다. 박상오가 5일 전자랜드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박상오 떴다 회초리 맞으며 자란 자식이 효도한다고 했다. KT 박상오가 딱 그렇다. 전창진 감독의 채찍질이 그를 더 강하고, 알차게 만들었다. 박상오가 5일 전자랜드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009년 9월 일본 나고야 외곽의 한 호텔. 이미 시침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전지훈련 중이던 부산 KT 전창진 감독은 김승기, 손규완 코치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신 전 감독은 김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박)상오(30) 좀 불러와봐.” 고된 훈련의 피로를 씻고자 잠을 청하던 박상오는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전 감독은 박상오에게 맥주 한 잔을 권했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수다(?)를 떨었다.

당시 KT 관계자들은 “훈련 때 만큼은 (박)상오가 전 감독에게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수비 위치를 잡지 못할 때마다 호랑이 전창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거친 말들로 박상오를 채찍질 한 것이 전 감독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또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밤이 되면 박상오는 전 감독의 방으로 가장 자주 불려 가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맞은 2009∼2010시즌. 박상오가 쏠쏠한 활약을 펼쳐도 전 감독은 여간해서 박상오를 칭찬하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혼자 농구하던 버릇이 남아있다. 우리 팀에 스타가 누가 있나? 그런 플레이로는 KT의 일원이 될 수 없다. ‘조금’ 나아진 정도”라고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2010∼2011시즌. KT에 ‘스타’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프로농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대기만성’ 박상오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오는 매 경기 평균 16점대의 득점으로 팀이 선두권을 형성하는데 일등공신역할을 하고 있다. 3점포는 물론, ‘당당한 체격(196cm·103kg)’과 ‘자신감’을 무기로 골밑에서도 밀리지 않아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제 전 감독도 인색한 평가 대신 흐뭇한 미소로 박상오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박상오는 5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20점·6리바운드의 활약으로 팀의 74-65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전자랜드의 2연승 행진을 가로막으며, 전자랜드·동부(이상19승8패)와 함께 공동선두로 도약했다. 박상오는 “그 간 감독님께 많이 혼났지만, 나 잘되라고 그러신 거니까 서운한 적은 없었다. 도리어 감사하다. 이제 조금씩 농구를 이해하면서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원주실내체육관에서는 김주성의 트리플더블(14점·12리바운드·10어시스트·시즌1호) 활약에 힘입어 홈팀 동부가 서울 SK에 83-63으로 승리했다.인천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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