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 출발부터 선두로… 따라올자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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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만 육상 800m 금

‘휠체어 육상 황제’ 홍석만(35·제주장애인체육회)은 8번 레인에 앉았다. 예선 혹은 시즌 기록으로 자리를 배정하는 육상에서 그가 맨 끝에 앉는 것은 보기 드문 일. 홍석만은 6월 장애인 육상 800m에서 세계 최고기록(1분34초91)을 세웠다. 두 발로 트랙을 질주하는 비장애인 육상 남자 800m 세계기록(1분41초01)보다 6초 이상 앞섰다.

무작위로 레인을 배정해 불리할 수 있는 상황. 이 종목은 120m에서 레인을 연다. 8번에서 달리면 트랙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가야 해 충돌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걱정은 필요 없었다. 출발부터 앞서 나간 그는 오픈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해 안쪽으로 붙었고 다른 선수들과의 거리를 벌려 나갔다. 환상의 독주였다.

홍석만이 14일 광저우 아오티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육상 남자 800m(T53등급) 결선에서 1분42초16으로 우승했다. 2위 히로미치 준(일본)과는 5초 이상 차이가 났다.

3세 때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게 된 홍석만은 고교 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휠체어육상을 시작했다.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노렸다가 대표팀에서 탈락한 게 약이 됐다. 밤마다 운동장을 200바퀴 이상 달렸고 결국 2004년 아테네 대회 100m, 200m에서 우승하며 한국 최초의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08년 베이징에서도 400m 금메달을 땄다. 1998년 일본 오이타에서 열린 한 대회에 출전해 자원봉사자였던 이데 에스코 씨를 만났고 2005년 결혼해 아들 지민 군(5)을 뒀다.

홍석만은 “트랙이 무르고 날씨가 추워 기록이 나빴지만 우승해 기쁘다. 나이가 있어 음식과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 쓴다.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빨리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만은 16일 주종목인 400m에 출전한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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