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재미 더한 수상자 말말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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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힘들어 은퇴까지 생각… 너무 고마워” 배구 석진욱
“부대장님께 영광을…상금은 연평도 주민에” 농구 함지훈

2010 동아스포츠대상은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열리는 시상식들과는 달랐다. 동료 선수들이 직접 뽑았기 때문에 수상자들의 기쁨은 두 배였고 수상 소감을 통해 전해지는 감동과 재미도 더 진했다.

가장 감동적인 소감을 남긴 수상자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남자 배구의 석진욱(삼성화재)이었다. 목발에 의지해 무대에 오른 석진욱은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인데 동료들이 직접 상을 주니 너무 고맙다. 어서 코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며 감사를 표했다.

수상자들의 파격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남자 농구 수상자 함지훈(상무)은 “국군체육부대 일병 함지훈입니다. 국군체육부대 부대장님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며 군인 맞춤형 인사를 한 뒤 “연평도 피해 주민들을 위해 상금을 쓰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여자 농구 수상자로 시상대에 오른 정선민(신한은행)은 “함지훈 선수가 연평도 주민을 위해 상금을 쓰겠다고 했는데 저는 선수들이 뽑아주신 것이니 여자 농구 선후배들을 위해 쓰겠다”라고 응수했다.

시상식 마지막 순서를 놓고 벌인 야구와 양궁의 신경전도 볼거리였다. 야구 시상자로 나선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야구를 시상식 마지막에 배치해 줘서 고맙다. 야구가 스포츠의 왕이란 걸 보여준 것 같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특별상을 수상한 양궁대표팀 김우진은 “야구보다 뒤에 상을 받게 됐으니 양궁이 스포츠의 왕인가요”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회자 남희석 씨가 “내년에는 축구가 맨 뒤로 갈 수도 있다”며 중재에 나서야 했다.

골프 수상자들이 남긴 무심론(無心論)도 시상식장을 메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남자 골프 수상자 김경태(신한금융)는 “힘을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골프 이보미(하이마트)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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