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적 이승엽, ‘홈런왕’ 명예 회복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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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딛고 아시아 홈런왕 자존심 회복 도전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승엽(34)에게 새 둥지인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는 명예회복을 위한 무대다.

지난 몇 년 동안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당한 '굴욕'과 잃어버린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을 한 번에 되찾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개인 최다인 56개의 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2004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본 땅에 발을 디뎠다. 일본 무대 첫해 지바 롯데에서 14개의 아치를 그리며 연착륙한 이승엽은 2005년 30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소속 팀에 일본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다.

일본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이승엽은 2006년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소속 팀은 부진했지만 그 해 이승엽은 41홈런 등 타율 0.323, 108타점으로 홀로 분전하며 4번 타자 몫을 해냈다.

덕분에 그 해 시즌을 마치고는 4년 계약에 30억 엔이라는 초대형 잭팟을 터트리며 특급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6년 말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이승엽은 2007년 시즌이 끝난 뒤엔 괴롭혀 온 왼손 엄지를 수술했지만 완전히 낫지 않아 2008년까지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2008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 탓에 100여일간 2군에 머물렀다. 불과 45경기에 나서서 타율 0.248, 홈런 8방, 타점 27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09년에는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8월1일 한신과 경기를 끝으로 허리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고 65일 만인 10월 초순 1군에 합류했지만 정규 시즌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그해 소속팀이 센트럴리그 정규 시즌을 3년 연속 우승하고 일본시리즈까지 정복하면서 이승엽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이 없는 상태에서도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알렉스 라미레스의 쌍포만으로 가공할 공격력을 뿜어냈다.

2009시즌을 타율 0.229에 16홈런으로 마친 이승엽은 올해 대타요원으로 전락했다. 2군에서도 대타로 나설 만큼 푸대접을 받은 끝에 홈런 5개 등 타율 0.163에 11타점으로 1995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나쁜 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자존심에 대단한 상처를 입은 이승엽은 오릭스로 이적하면서 1억5000만엔 수준의 연봉 계약서에 사인했다. 좋은 활약을 펼치면 금액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고 애초 알려진 8000만엔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6억엔 수준의 연봉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액수다.

이승엽은 흔쾌히 이 계약을 받아들였다.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승엽의 아버지인 이춘광 씨도 "승엽이를 찾아주는 구단이 있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스타가 즐비한데다 약간의 슬럼프도 용납하지 않는 요미우리와 달리 오릭스의 팀 상황은 이승엽에게 유리한 편이다.

리그 홈런왕(33개) 오카다 다카히로, FA를 선언했다가 잔류한 고토 미쓰다카(16홈런)와 함께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맡았던 알렉스 카브레라(홈런 24개)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카브레라는 올해 지명타자와 1루수로 뛰었기 때문에 같은 포지션의 이승엽에게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으로서는 출장 여부에 신경을 쓰지 않고 타격 감각을 관리하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승엽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부상 없이 꾸준히 출장 기회만 얻는다면 한 해 20~30개의 홈런은 무난하게 때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승엽은 같은 리그에서 뛰는 후배 김태균(지바 롯데)과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오릭스는 올해 지바 롯데와 24번 싸워 8승(16패)밖에 올리지 못하며 밀렸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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