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3년전 악연 코트의 두 남자 “금빛인연 만들자”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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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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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은 모비스를 이끌던 2007년 이맘때 10연패에 빠졌다. 당시 혼혈 외국인 선수 에릭 산드린이 부상을 숨기고 입단해 제대로 뛰지 못한 탓이었다. 산드린은 오른 발목을 다쳐 철심까지 박고 있었는데도 구단에 알리지 않아 고의 은폐 의혹을 샀다. 유 감독은 속이 새까맣게 탄 끝에 그를 퇴출시켰다.

3년이 흘러 대표팀 사령탑으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유 감독의 곁에는 역시 산드린이 있다. 이름은 달라졌다. 모국인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이승준으로 개명한 그는 귀화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 규정에 따라 귀화 선수는 1명밖에 뛸 수 없다. 당초 선택권을 쥔 유 감독은 포워드 이승준과 가드 전태풍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이승준에 대한 달갑지 않은 기억 속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전태풍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유 감독은 206cm의 큰 키에 한층 성실해진 이승준을 낙점했다.

이승준 역시 꿈꾸던 ‘KOREA’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게 된 데다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유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내려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훈련도 소홀히 할 때가 많았던 그는 요즘은 누구보다 먼저 훈련장에 나와 게으름 한 번 피운 적이 없었다. “예전처럼 훈련하면서 하품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예전의 그 산드린이 맞나 싶을 정도예요.” 유 감독도 그런 이승준에 대한 믿음이 커져 갔다.

한국은 아시아경기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북한을 대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한국 대표로 처음 국제무대에 나선 이승준은 초반 3경기에 평균 18분만 뛰고도 19득점, 7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유재학 감독은 21일 중국과의 4차전에서는 전력 노출을 꺼려 이승준의 활용 폭을 의식적으로 줄였다. 유 감독은 “몸이 너무 좋다. 중요한 경기에 대비해 노출되지 않도록 아꼈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금메달을 따러 왔다. 감독님의 배려에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악연에서 새 인연을 키워가고 있는 유 감독과 이승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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