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최인철 감독, 호랑이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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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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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려면 집에 가” 불호령… 인터뷰 금지…
여자축구 훈련 분위기 살벌… “첫 경기 앞두고 정신 재무장”

최인철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38·사진)은 7월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에 올려놓으며 소외됐던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되돌려 놓았다. 월드컵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외부에 비친 최 감독의 이미지는 여자 축구에 열정적인 젊고 부드러운 지도자다. 실제로 최 감독은 탤런트 못지않은 ‘미중년’ 외모와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정장을 즐겨 입고 목소리는 부드럽다.

하지만 베트남과의 광저우 아시아경기 첫 경기를 이틀 앞둔 12일 광저우 중위안 중학교 잔디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하는 최 감독의 모습은 그런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미드필더들이 공격라인으로 볼을 연결해 슈팅까지 하는 공격전술 훈련과 양 팀으로 나눠 실전 훈련을 했는데 선수들의 실수 하나하나에 보는 취재진도 머리털이 곤두설 만큼 무섭게 호통을 쳤다.

미드필더 박은정(서울시청)이 패스를 실수하자 “그렇게 하려면 집에 돌아가라”고 꾸짖었고 오른쪽 측면 공격수 전가을(수원시청)이 안쪽으로 크로스를 한다는 게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버리자 “앞에 공간이 있는데 왜 서두르는 거냐. 요즘 애들은 공을 아낄 줄 모른다”고 했다.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때부터 최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지소연(한양여대), 김나래(여주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지소연의 실수엔 더욱 엄격했다. 최 감독은 “그렇게 하려면 전화도 금지다”라고 큰소리를 냈다. 지소연에겐 언론과의 접촉 금지령을 내려놓은 상태. 인기 스타로 조명되면서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게 이유다.

워낙 훈련 분위기가 살벌해 주무를 맡고 있는 문채현 대리에게 “원래 훈련 지도를 저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소연이 월드컵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좀 부드러워지셨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이해됐다.

하지만 이런 살벌한 분위기도 실은 모두 계획된 것이다. 최 감독은 “어제 실내 운동만 했기 때문에 다시 정신무장을 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그랬다. 사실 이번 대표팀 구성이 워낙 좋아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을 맡고 있는 골키퍼 전민경(대교)도 “감독님 꾸지람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독님이 운동장에서만 무섭기 때문에 팀 전체 분위기가 침체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 베트남 요르단과 함께 A조인 한국은 14일 오후 5시 베트남과 첫 경기를 치른다. 최 감독이 갖고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준결승에서 북한을 꺾고 결승에서 일본과 겨루는 것이다.

광저우=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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