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 시네마]‘맨발의 꿈’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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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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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 핀 축구신화… 희망은 계속된다

영화 ‘맨발의 꿈’에 출연한 동티모르 유소년 선수들과 유소년 대표팀 김신환 감독을 연기한 박희순(왼쪽). 사진 제공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영화 ‘맨발의 꿈’에 출연한 동티모르 유소년 선수들과 유소년 대표팀 김신환 감독을 연기한 박희순(왼쪽). 사진 제공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온갖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해피엔딩. 많은 영화가 애용하는 형식이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그렇다면 궁금증 한 가지. 영화 속에 등장한 실존 인물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영화 ‘맨발의 꿈’은 실화가 바탕이다. 동티모르 유소년 대표팀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다. 전직 실업 축구선수였지만 은퇴 뒤 사업 실패로 인생의 막다른 곳에 몰렸던 김 감독이 생면부지의 동티모르라는 나라로 가서 사업을 벌인다. 2003년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이룬 지 1년도 채 안된 나라였다. 김 감독은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을 보고 스포츠용품점을 차리지만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서 스포츠용품은 사치일 뿐이었다.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김 감독은 순수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기 위해 노력하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아이들의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복한 김 감독은 축구 감독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동티모르 최초의 유소년팀을 만들어 첫 해외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다.

김 감독과 동티모르 유소년(12세 이하) 대표팀은 9일부터 경남 남해군에서 열리는 MBC국제꿈나무축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동티모르 등 외국 4개 팀과 한국 2개 팀 등 6개 팀이 출전했다. 동티모르 대표팀은 4승 1무로 12일 열리는 중국과의 결승전에 진출하며 탄탄한 실력을 뽐냈다. 이번 동티모르 대표팀에는 영화에 실제로 출연했던 선수가 대거 포함됐다. 라모스 역을 맡았던 프란시스쿠 바렐라, 뚜아 역을 맡았던 주니어 다 코스타 등이 한국을 찾았다.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비행기표를 지원 받기로 했는데 잘 안됐다. 결국 영화에도 등장했던 영사관 박진기 행정원(현 선양총영사관 근무)이 도와줘 겨우 왔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은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 모금활동까지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도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도와줘서 코치들 월급도 주고 애들 축구화도 사줄 형편이 된다”고 밝혔다.

동티모르 유소년 대표팀(흰 유니폼)이 9일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린 MBC국제꿈나무축구대회에서 한국팀과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동티모르 대표팀은 탄탄한 개인기와 조직력을 앞세워 3-0으로 이겼다. 사진 제공 MBC꿈나무축구재단
동티모르 유소년 대표팀(흰 유니폼)이 9일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린 MBC국제꿈나무축구대회에서 한국팀과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동티모르 대표팀은 탄탄한 개인기와 조직력을 앞세워 3-0으로 이겼다. 사진 제공 MBC꿈나무축구재단
시작할 때 40여 명이었던 선수들도 현재는 150여 명에 이른다. 김 감독은 “축구 선수로 클 실력이 아닌데도 아이들이 죽기 살기로 선수를 하려고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동티모르 아이들은 강하다. 하지만 전부 선수로 크지는 못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선수들 중 3분의 1이 다른 유혹에 빠져 도중에 그만뒀다. 현재는 12세, 16세 대표팀을 만들 정도로 선수층이 넓어졌다. 수준도 높아졌다. 동남아지역에선 항상 우승권이다. 영화 속 선수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인도네시아 프로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도 몇몇 선수는 2, 3년 안에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은 “난 항상 처음은 있었어도 끝은 가본 적이 없어. 근데 혼자서도 못 가본 끝을 아이들과는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지금도 똑같다. “아이들과 맺어진 것은 운명 같아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동티모르 축구팀과 김 감독은 여전히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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