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해피엔딩. 많은 영화가 애용하는 형식이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그렇다면 궁금증 한 가지. 영화 속에 등장한 실존 인물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영화 ‘맨발의 꿈’은 실화가 바탕이다. 동티모르 유소년 대표팀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다. 전직 실업 축구선수였지만 은퇴 뒤 사업 실패로 인생의 막다른 곳에 몰렸던 김 감독이 생면부지의 동티모르라는 나라로 가서 사업을 벌인다. 2003년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이룬 지 1년도 채 안된 나라였다. 김 감독은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을 보고 스포츠용품점을 차리지만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서 스포츠용품은 사치일 뿐이었다.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김 감독은 순수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기 위해 노력하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아이들의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복한 김 감독은 축구 감독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동티모르 최초의 유소년팀을 만들어 첫 해외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다.
김 감독과 동티모르 유소년(12세 이하) 대표팀은 9일부터 경남 남해군에서 열리는 MBC국제꿈나무축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동티모르 등 외국 4개 팀과 한국 2개 팀 등 6개 팀이 출전했다. 동티모르 대표팀은 4승 1무로 12일 열리는 중국과의 결승전에 진출하며 탄탄한 실력을 뽐냈다. 이번 동티모르 대표팀에는 영화에 실제로 출연했던 선수가 대거 포함됐다. 라모스 역을 맡았던 프란시스쿠 바렐라, 뚜아 역을 맡았던 주니어 다 코스타 등이 한국을 찾았다.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비행기표를 지원 받기로 했는데 잘 안됐다. 결국 영화에도 등장했던 영사관 박진기 행정원(현 선양총영사관 근무)이 도와줘 겨우 왔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은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 모금활동까지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도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도와줘서 코치들 월급도 주고 애들 축구화도 사줄 형편이 된다”고 밝혔다.
시작할 때 40여 명이었던 선수들도 현재는 150여 명에 이른다. 김 감독은 “축구 선수로 클 실력이 아닌데도 아이들이 죽기 살기로 선수를 하려고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동티모르 아이들은 강하다. 하지만 전부 선수로 크지는 못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선수들 중 3분의 1이 다른 유혹에 빠져 도중에 그만뒀다. 현재는 12세, 16세 대표팀을 만들 정도로 선수층이 넓어졌다. 수준도 높아졌다. 동남아지역에선 항상 우승권이다. 영화 속 선수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인도네시아 프로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도 몇몇 선수는 2, 3년 안에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은 “난 항상 처음은 있었어도 끝은 가본 적이 없어. 근데 혼자서도 못 가본 끝을 아이들과는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지금도 똑같다. “아이들과 맺어진 것은 운명 같아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동티모르 축구팀과 김 감독은 여전히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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