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의 전설…골 있는 곳에 그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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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노장 인차기, 두골 시위

#1. 날카로운 턱선에 부리부리한 눈매. 하지만 웃을 땐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어릴 때부터 미키마우스를 좋아한 그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불우한 아이들을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마음이 따뜻하다. “아이들을 보면 이웃집 형처럼 푸근하게 안아 주고 싶어요.”

#2. 그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학구파였다. 언론 인터뷰 때도 겸손하면서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유명하다. 취미는 낚시. 비 시즌 기간엔 고향에서 지인들과 낚시를 즐기며 조용한 한때를 보낸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가족은 마음의 고향이죠. 가족이 있기에 오늘도 전 그라운드에 섭니다.”

#3.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선 다소 마른 체격(180cm, 73kg).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처럼 환상적인 드리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힘이 아주 좋거나 골 그물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도 없다.

슈퍼스타이지만 운동선수 같지 않은 남자.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전설’로 부른다. 축구장 밖에선 따뜻한 남자지만 그라운드 안에선 누구보다 냉정한 킬러. 공간 활용 능력과 순간적인 움직임만큼은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전설적인 공격수 요한 크루이프는 “언제나 득점 장면에 그가 있다”고 했다. 명장 조제 무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가 운동장에서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수비수를 괴롭힌다. 찬스에선 동물적인 감각으로 마무리를 짓는데 또 뭐가 필요한가.”

필리포 인차기(37·AC 밀란) 얘기다. 공격수로서 황혼의 나이를 훌쩍 넘긴 그는 4일 오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23분과 33분 연속 골을 터뜨렸다. 유럽축구연맹 대항전 역대 개인 최다 득점(70골). 2-2로 경기가 끝난 뒤 현지 해설자는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다. 그는 ‘인차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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