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父 “인생엔 내리막도…욕심부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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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7시 00분


국민타자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오른쪽 사진)가 애틋한 아들 사랑을 내비쳤다. 이 씨는 아들이 역경에 처했지만 늘 그래왔듯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포츠동아DB
국민타자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오른쪽 사진)가 애틋한 아들 사랑을 내비쳤다. 이 씨는 아들이 역경에 처했지만 늘 그래왔듯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포츠동아DB
■ 요미우리 떠나는 막내아들 이승엽을 향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

“작은 밭에 고구마 농사를 지었어요
일본 승엽이네도 보내줬죠
얼마전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고구마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고
그럼 됐지요,허허!”

“아들아,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현실을 받아들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 씨가 최근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요미우리와의 4년계약이 끝난 뒤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막내아들.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하지만 이제 장성한 아들은 “잘 지내고 있다”는 말만 할 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최근에도 전화가 왔지만 “(이)병규 형, 김기태 감독님이 상을 당했다는데 아버지가 대신 좀 인사해 주세요”라는 부탁만 할 뿐이었다.

‘국민타자’로 추앙받던 막내아들은 2004년 일본야구를 정복하겠다며 타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약속대로 방망이 하나로 한때 일본프로야구를 호령하며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부상과 부진…. 1군에서 뛰는 날보다 2군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요미우리가 일본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면서 아들의 일본진출 7번째 시즌도 끝났다. 이제 어떤 팀과 계약하게 될지, 계약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재기할 수 있을지…. 여전히 아들을 믿고 있지만 가슴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씨는 “그래서 사실 열흘 전쯤에 아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부쳤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현실을 지혜롭게 잘 받아들여라’라는 평범하지만 아버지로서 부탁하고 싶은 얘기를 전한 담담한 편지였다. 순리를 거스르거나 욕심 부리지 말고, 낙담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뜻이었다.

TV중계로 아들 야구하는 모습 보는 게 유일한 낙이자 소일거리였던 아버지는 요즘, 자연스럽게 야구와도 멀어졌다. 그러면서 다른 취미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작은 밭에 내가 직접 고구마 농사를 지어봤어요. 참 맛있게 잘 자랐더라고요. 그래서 아들하고 며느리, 손자도 맛 좀 보라고 열흘 전쯤에 일본 집 주소로 보냈지요. 그러면서 편지도 동봉해 같이 부쳤어요. 전화로 얘기해봤자 얼굴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니 깊은 얘기를 나눌 수도 없고…. 올해는 아무래도 귀국이 늦어지려나 봅니다. 나에게 이러쿵저러쿵 얘기는 안 하지만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아놔야 본인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오지 않겠습니까. 아들은 전화가 없는데, 얼마 전 며느리한테 전화가 왔습디다. 고구마 너무 맛있게 먹고 있다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나눠줬다고 하더라고. 그럼 됐지요. 허허.”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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