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혈전 후유증…몸도 마음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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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7시 00분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거치면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심하다. ‘안정권’필승계투조가 붕괴됐고 중심타선의 침묵으로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1승만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약이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거치면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심하다. ‘안정권’필승계투조가 붕괴됐고 중심타선의 침묵으로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1승만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약이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1-2차전서 드러난 삼성의 문제점삼성은 한국시리즈(KS) 2차전까지 힘을 쓰지 못했다. 적지인 문학에서 최소 1승1패를 목표로 삼았지만 2연패로 최악의 상황. 남은 시리즈에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결과다. 1·2차전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향후 대반격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짚어본다.

○플레이오프 5경기의 후유증

삼성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KS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매 경기 1점차 승부를 벌이면서 팬들에게 더 없이 큰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혈전을 치른 후유증이 KS 2경기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우선 선발 로테이션부터 꼬였고, 힘을 소모한 불펜진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웠다. 1차전에서 선발투수 레딩이 4회까지 2실점으로 버텨주는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했지만, 장점이던 불펜이 무너지며 재역전 당하고 말았다. 선동열 감독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 등판한 정현욱은 가급적 1차전에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5회말에 오승환이 역전을 허용하자 정현욱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급한 불만 껐을 뿐 정현욱을 더 던지게 하는 건 무리였다. 5회 4명의 불펜투수를 투입하고도 되치기를 당하자 선 감독은 불펜의 체력안배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더 이상의 승부수를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1∼2차전에서 불펜의 혹사는 없었다는 점에서 3차전 이후 승부를 걸어볼 여지를 남겨뒀다.

▶생각보다 심각한 PO 후유증

5경기 1점차 박빙승부 여파 체력 고갈
정신적 피로도 극심 집중력 유지 애로


○육체적 피로보다 더 큰 정신적 피로감

삼성을 보면 육체적 피로보다 오히려 정신적 피로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PO에서 매 경기 진을 빼다보니 KS까지 계속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삼성선수들은 PO를 통과한 뒤 “우린 할 만큼 했다”면서 “한국시리즈는 즐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겨야 즐길 수 있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에 부딪치면 정신력은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1차전에서 중반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때만 해도 선수들 사이에 ‘해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지만 재역전을 허용하자 투지의 끈이 갑자기 끊어져버린 이유다. 2차전에서도 한번 역전 당한 뒤 일어서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17일 하루 휴식으로 정신적 피로를 얼마나 털어냈느냐가 3차전 이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 현재로서는 ‘승리’가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다.

○살아나지 않는 권혁, 필승 불펜진 붕괴

전력적으로 보면 삼성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권(안지만∼정현욱∼권혁) 트리오’로 대표되는 불펜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58승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올렸다. SK 김성근 감독이 삼성을 가장 껄끄럽게 여긴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그러나 2차전까지는 삼성 불펜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권혁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PO 1차전에서 볼넷과 내야안타, 보크까지 범한 뒤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PO 3경기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2안타 4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구위는 문제가 없지만 심리적으로 마운드에 서는 것이 불안한 상태다. KS행이 결정된 뒤 “동료들이 나를 살려줬다. 계기만 만들어지면 괜찮을 것이다”며 다시 한번 의욕을 불살랐지만 1차전에서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2차전에서 8회에 등판해 첫 타자 박정권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만 해도 반전의 계기를 찾는가했으나 곧바로 다음타자 박경완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선 감독은 가뜩이나 지친 불펜, 권혁을 빼놓고는 싸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우승을 위해서는 무조건 6차전이나 7차전까지 가야하는 상황이다. 3차전 이후에도 어떻게든 등판할 수밖에 없는 권혁의 부활 여부가 삼성 반격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 무너진 필승 공식…투·타 동반 부진

권혁 부진 장기화 지친 불펜 피로 가중
최형우·채태인 중심타선 부활도 절실

○최형우 채태인의 부진, 득점력 한계

공격에서는 중심타선의 타격감과 자신감 회복이 절실하다. 특히 최형우와 채태인의 부진은 삼성 득점력을 저해하고 있다. 최형우는 2경기에서 볼넷 2개만 골랐을 뿐 6타수 무안타. 채태인은 1차전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뒤 대타로 나섰고,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교체되고 말았다. 2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최형우는 1차전 5회초에 3-2로 역전한 뒤 계속된 2사만루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적시타 한방만 날렸다면 삼성으로서는 승기를 움켜쥘 수 있었다. 2차전에서도 5회 무사 1·2루에서 번트에 실패한 뒤 삼진으로 돌아선 것이 뼈아팠다. 채태인은 뇌진탕 후유증 탓인지 스윙을 해도 배트와 공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자신감마저 없는 스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이 해결사로 나서지 않는 한 다른 선수들이 부지런히 출루해도 득점생산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삼성이다. SK 불펜의 무게는 두산과는 다르다. 타선이 5회까지 리드하는 점수를 뽑아줘야 승산이 있는데, 결국은 최형우와 채태인 ‘CC포’가 터져야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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