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10타차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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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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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4R 이글-버디행진, ‘사흘 선두’ 노승열 8타 잃어

‘이제 잠시 후 티오프. 선두와는 10타 차. 버거운 도전. 노승열. 큰일 할 영건입니다. 파이팅.’

양용은(38·사진)은 마지막 4라운드 출전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결전을 앞두고 있었어도 그의 머릿속에서 우승이란 단어는 지운 듯했다. 앞날이 유망한 후배를 향한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시간이 흘러 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가 탄생했다. 우승 트로피는 양용은의 품에 안겼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질주하며 챔피언이 유력해 보였던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은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을 정도의 부진을 거듭한 끝에 고개를 숙였다.

10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7213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 선두 노승열에게 10타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한 양용은은 전반에만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인 데 힘입어 5언더파를 쳐 합계 4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 3억 원에 2006년 이후 4년 만에 내셔널 타이틀을 되찾았다.

10타 차 역전 우승은 한국프로골프(KPGA) 역대 최다 기록이다. 종전은 1990년 쾌남오픈에서 봉태하, 1994년 매경오픈 김종덕, 2008년 KPGA선수권에서 앤드루 매킨지가 각각 기록한 8타 차.

5타 차 선두였던 노승열은 보기 6개와 더블보기 2개에 버디 2개로 하루에 8타를 잃으며 최진호와 공동 4위(1언더파)까지 떨어졌다. 노승열은 1번 홀(파4)에서 티샷이 100야드 거리를 표시하는 작은 나무 위에 올라가 1벌타를 받고 드롭하며 보기를 해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전반에만 2타를 잃었다. 후반에도 노승열은 티샷은 러프와 벙커를 전전하고 어프로치 샷은 그린을 넘기는 등 극심한 난조에 허덕였다.

챔피언조보다 먼저 경기를 마친 양용은은 우승이 확정된 뒤 노승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양용은은 “우승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참을성 있게 경기했고 운도 많이 따랐다. 첫 홀 버디가 나오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또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대나무 수풀에 빠져 언플레이어블 위기에 몰렸으나 차분하게 아이언으로 레이업한 뒤 보기로 막은 대목을 중요한 승부처로 꼽았다.

양용은은 노승열에 대해 “그 나이 때 나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뛰어난 선수다. 아직 어린 만큼 좋은 경험이라 여겨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비오(넥슨)와 최호성이 양용은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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