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깨우는 굉음… 밤은 낮보다 화려했다

싱가포르=한우신기자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5-05-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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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도로 활용 ‘시가지 서킷’바다 낀 명품레이스로 승부
20여 개 축제 동시 개최, 관광수익 극대화 노려
■ 세계유일 야간레이스 싱가포르 F1의 역발상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질주하는 곳은 하늘과 닿을 듯 솟아있는 빌딩 숲이다. 하늘에 뜬 보름달보다 밝은 조명이 그를 비춘다. 빌딩 숲과 마주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와 바다를 건너는 다리도 오색 빛을 뽐낸다. 곳곳에서 음악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은 몸을 흔들며 축제를 벌인다. 자동차의 굉음은 바다 물결을 타고 퍼지며 도시를 휘감는다. 낮보다 화려한 밤. 눈과 귀가 뚫려버린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24∼26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 포뮬러원(F1) 15라운드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세계 유일의 야간 레이스 경기다. 기존 도로를 이어 자동차 경주장으로 만든 시가지 서킷 경기이기도 하다. 올해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19곳 중 시가지 서킷은 4곳뿐이다. 또한 10월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리는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비롯해 5곳에 불과한 반시계 방향 서킷 중 하나다. 그야말로 낯선 방식의 조합이다.

야간 레이스를 위해서는 야간 축구 경기장 10배의 조명이 필요하다. 시가지 서킷을 만들려면 한 달 전부터 도로를 통제하고 펜스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시가지 서킷을 만들고 해체하는 작업을 4, 5회 하는 비용이면 서킷 하나를 지을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별로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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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가포르는 2008년 처음 F1 그랑프리를 유치할 때부터 야간 시가지 경기를 밀어붙였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F1 대회를 국제적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켜 국가 브랜드를 높이려 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회전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6월 문을 연 초대형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 등 F1 자동차가 지나는 싱가포르의 주요 건축물들은 세계적 명소가 됐다. 올해 대회 기간에는 서킷 주변에서 20여 개의 축제가 도심을 달궜고 26일에는 세계적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공연을 열기도 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10월 첫 개최를 앞둔 코리아 그랑프리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야간 시가지 경기는 아니지만 F1 대회를 통해 지역의 큰 도약을 이루려 한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와 비슷하다. 영암호, 서해 바다와 인접한 것도 마리나베이와 인접한 싱가포르 서킷과 조건이 유사하다. F1 경기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를 세우고 거대한 축제로 개발한다면 전남지역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대거 참석 포르셰컵 동시 ‘시동’… 스포츠팬은 즐거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시가지 서킷을 달군 것은 F1 대회만이 아니었다. 대회 기간인 24∼26일 ‘포르셰 카레라컵 아시아’도 열려 모터스포츠 팬들을 열광시켰다.

2003년 시작된 포르셰 대회는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돌며 모터스포츠 중흥에 한몫했다. 올해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세팡, 중국 상하이 등에서 6차례 열린다. 당초 8월 말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도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킷 완공이 늦춰지며 무산됐다.

포르셰 대회 출전 선수 중에는 포르셰 차량을 소유한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70% 이상이다. 카레이싱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참가하는 대회가 F1 그랑프리에 맞춰 열리면 두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스폰서 확보에도 용이해 서로 상생하는 결과를 낳는다. 코리아 그랑프리에도 이 같은 대회가 열린다면 대회 흥행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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