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인기 타고 선수들 CF서 종횡무진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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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파 나가신다 해외파 비켜! 《지난해 10월 13일 열린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 간판타자 김현수는 ‘뚜껑 열리는’ 경험을 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카도쿠라 켄으로부터 선제 홈런을 친 기쁨도 잠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노 게임이 선언됐기 때문이다. 이튿날 재경기에서 두산은 SK에 져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만약 문학구장에 ‘뚜껑(돔구장의 지붕)’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김현수가 최근 한화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한국야쿠르트 왕뚜껑의 CF 모델로 발탁된 것은 당시의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CF에서도 김현수가 연타석 홈런을 친 뒤 폭우로 경기가 취소된다. 원망스럽게 하늘을 쳐다보는 김현수를 카메라가 비추는 가운데 구장에 지붕이 덮이면서 “뚜껑 덮이는 그날까지”라는 멘트가 나온다. 김현수의 아픔이 재미있는 CF 소재가 된 것이다.》
박찬호-이승엽 부진 겹쳐 2, 3년전부터 국내파 부상
기록男이대호 최고모델… 류현진-김현수 인기 쑥쑥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현수처럼 야구 선수나 감독이 속속 광고 모델로 나서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찬호(피츠버그)나 이승엽(요미우리) 등 해외파 선수들이 CF를 독점했으나 이제는 국내파 프로야구 선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 모양새다.

○ CF계의 야구 스타들

야구 인기가 절대적이었던 1980, 90년대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가 CF 모델로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1982년 타율 0.412를 기록했던 백인천 전 감독이 CF에 출연한 종합영양제 ‘게브랄티’는 특이한 이름만큼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OB 윤동균도 베어스와 발음이 비슷한 소화제 ‘베아제’ 광고에 나왔고, 김재박 전 LG 감독은 럭키 슈퍼타이 광고에 출연해 “한 방에 숨은 때까지”를 외쳤다. ‘불사조’ 박철순(OB)은 의류와 맥주 광고 모델로 나섰고, 김응룡 삼성 사장, 이만수 SK 수석코치, 이종범(KIA) 등도 CF에 출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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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들어 박찬호를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CF도 이들의 몫이 됐다. 전성기의 박찬호는 컴퓨터와 음료, 은행 CF 등에 숱하게 얼굴을 내밀었고, 김병현과 최희섭(KIA) 등도 각각 컴퓨터와 음료 모델로 전파를 탔다. 최근까지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던 이승엽이 은행과 과자, 음료 등의 CF 모델로 나섰다.

○ 선수뿐 아니라 감독까지 인기

국내파 선수들이 CF를 되찾아 온 것은 프로야구 인기가 되살아난 2, 3년 전부터다. 최고의 CF 스타로는 롯데 홈런 타자 이대호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부산은행 정기예금의 지면 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게토레이와 네오위즈 게임 ‘슬러거’ 지면광고에 얼굴을 내밀었다. 연속 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9경기)을 세운 지난달에는 롯데백화점이 이대호를 간판으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냈다.

두산 이현승은 지난해 히어로즈 시절 니조랄 광고에 머리를 긁적이며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고, 최고의 실력과 외모를 갖춘 한 선수는 현재 한 샴푸 광고 출연 협상을 하고 있다.

감독들도 인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이끈 두산 김경문 감독은 한국증권업협회의 장기투자문화 만들기 캠페인 CF에 이어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의 기업 PR 광고에 출연했다. 롯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롯데건설에 이어 올해 롯데카드 모델로 나서 사투리를 구사하며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 비선호에서 선호 모델로

그동안 국내 야구 선수들은 광고주들의 선호 모델이 아니었다. 해외파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와 협상을 하면 되는 해외파 선수들과 달리 국내 선수들은 구단을 거쳐야 한다. 더구나 국내 야구단은 대개 대기업 계열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광고가 구단 소속 그룹이나 계열사 광고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 인기 상승과 함께 국내 야구 선수들도 서서히 광고계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는 분위기다. 모델 에이전시 크림캐스팅의 조민경 실장은 “스포츠 선수를 기용할 때는 대중적인 인기의 폭을 본다. 이전까지 국가 대항전이 많은 축구 선수가 선호됐지만 야구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국내 야구 선수들의 모델 기용이 하나의 흐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와 류현진을 모델로 기용한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두 선수는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 그동안 광노 노출이 없어 신선함을 갖고 있다. 나이와 현재 성적, 그리고 장래성 모두 우리 제품 모델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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