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선수도 아니었던 김주영, 태극마크 단 신데렐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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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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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만 해도 김주영(경남)은 선수가 아니었다. 20세 청소년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연세대에 입학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화를 벗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라고 스스로 느꼈던 결과였다. 이후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일반 학생 신분으로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김주영의 이름은 국내 축구계 사이에서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주영은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본 조광래 당시 경남 감독의 눈에 띄어 인생역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2008년 9월. 김주영은 어느 날 조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경남FC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조 감독은 지인으로부터 “물건(김주영)이 있으니 한 번 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김주영을 직접 불러 기량을 체크했다.

그런데 조 감독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년여 동안 축구를 하지 않았다던 김주영의 플레이에 반한 것이다. 1m84, 80㎏의 탄탄한 체격과 무엇보다도 수비수 치고는 빠른 스피드(100m 11초 주파)가 인상적이었다는 것.

이런 능력을 안타깝게 생각한 조 감독은 곧바로 김주영을 경남에 입단시키기 위해 ‘007작전’에 돌입했다.

몇몇 프로 감독들이 김주영을 주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김주영을 다시 호주로 돌려보낸 뒤 부상 중이라고 거짓소문을 흘렸다. 조 감독은 주위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한 뒤 그해 드래프트에서 김주영을 3순위로 뽑았다.

수비수라는 포지션과 경남이라는 도민구단의 특성상 김주영은 프로 데뷔해인 2009년 21경기에 출전해 맹활약을 했음에도 신인왕을 거머쥐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23경기를 소화한 김주영은 정규리그 최저실점 2위(18경기 17실점)으로 경남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경남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든든한 수비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김주영은 또 다른 기회를 맞았다. 30일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첫 성인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이날 조 감독은 “김주영이 아직 대표팀 주전 선수로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다. 중앙수비수 중 김주영처럼 스피드가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상대가 빠른 공격수를 내보내면 김주영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위에서 조 감독이 언급한대로 김주영은 완벽한 선수는 아니다. 즉 ‘미완의 대기’다. 그러나 숨어있는 보석을 캐는데 능력이 있는 조 감독의 눈이 정확하다면 김주영은 미래 대표팀의 든든한 중앙수비수로 성장할 것이다. 그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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