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기록 행진, 강귀태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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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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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1타점 적시타… 6-3 뒤진 7회엔 추격 솔로홈런 터뜨려
류현진, 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 29서 스톱… 16승은 성공

그도 결국 인간이었다.

한화 왼손 투수 류현진의 연속 경기 퀄리트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행진이 ‘29’에서 막을 내렸다. 23경기째 이어오던 올 시즌 전 경기 퀄리트 스타트도 멈췄다.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 9일 만의 등판 탓인지 류현진의 컨디션은 초반부터 썩 좋지 않았다. 1회초 선두 타자 김민우에게 좌전 안타, 2번 타자 김일경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으며 무사 2, 3루 위기를 맞은 것.

3번 타자 유한준의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이었다. 하지만 타구가 조명탑 불빛 속에 숨어 버리면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로 돌변하고 말았다. 노련한 선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지만 한화 우익수가 올해 신인 이상훈이라는 게 불운이었다. 이상훈은 전날까지 불과 18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 강귀태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또 한 점을 내줬다.

류현진은 2회부터 6회까지는 평소처럼 ‘괴물’로 되돌아왔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추가점을 내주지 않아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 요건을 갖췄다. 6회까지 투구 수는 98개. 팀은 6-3으로 앞서고 있어 굳이 기록을 연장시키려 했다면 그만 던지면 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는 1회 적시타를 쳤던 강귀태.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류현진의 손을 떠난 143km짜리 직구는 몸쪽 높은 곳으로 들어왔고 강귀태는 이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로써 지난해 8월 19일 삼성과의 대전 경기 이후 1년 넘게 이어오던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이 끝이 났다.

강귀태는 26일 홈런으로 ‘신기록 브레이커’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강귀태는 2007년 10월 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다니엘 리오스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 경기를 무산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9회 1사까지 퍼펙트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강귀태는 리오스를 상대로 왼쪽 안타를 쳐내 대기록을 저지했다. 강귀태는 “평소 같았으면 파울이 될 타구였으나 오늘 현진이의 구위가 썩 좋지 않아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깨져 오히려 후련한 생각도 든다. 남은 게임에서 잘 던져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 삼진 1위)을 꼭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퀄리티 스타트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류현진은 이날 16승째를 따내며 20승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류현진은 4, 5번 남은 선발 등판과 불시의 구원 등판을 통해 20승에 도전한다.

선두 SK는 KIA를 7-0으로 꺾고 4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2위 삼성은 3위 두산을 6-4로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성환 맞힌 충격에… 윤석민 1군 ‘아웃’▼

우울증 - 무기력증 시달려,장기치료 진단 사실상 시즌마감

KIA 투수 윤석민(24·사진)이 사구(死球)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IA는 26일 “윤석민이 24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조성환의 머리를 맞힌 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병원 검진 결과 장기간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와 엔트리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팀의 뒷문을 책임지던 윤석민이 사실상 시즌을 마감해 KIA는 4강 경쟁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민은 24일 롯데와의 사직경기에서 9회 2사 후 던진 체인지업이 손에서 빠지면서 조성환의 머리를 맞혔다. 조성환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곧바로 교체됐고 흥분한 일부 롯데 팬은 물병과 쓰레기를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15일에는 롯데 주포 홍성흔이 윤석민의 투구에 맞아 왼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기에 롯데 팬들은 더욱 흥분했다.

윤석민은 곧바로 롯데 더그아웃과 관중석을 향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죄책감과 함께 관중들로부터 받은 야유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윤석민은 25일 병원에서 공황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26일 심리 전문 병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윤석민은 6월 18일 SK전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주먹으로 라커를 내리치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약 2개월간 출장하지 못하는 등 올해 유독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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