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길거리축구 선수 베베 영입… 퍼거슨의 도박

  • 동아일보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36년간 선수를 사고파는 일을 해 왔다. 그는 리오 퍼디낸드와 웨인 루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그동안 한 선수에게 가장 많이 지불했던 액수의 두 배로 팔았다.

퍼거슨은 최근 라이벌 사령탑들을 ‘가미카제’라고 비꼬았다. 돈 많은 구단주를 믿고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써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퍼거슨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선수를 영입하는 데 740만 파운드(약 136억 원)를 지불했다.

‘베베’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티아구 마누엘 디아스 코헤이아(사진)가 바로 그 선수다. 이제 20세인 베베는 ‘아기’를 뜻한다. 리스본 외곽의 황량한 길거리에서 거주할 때 그의 형이 부르던 이름이다. 베베는 맨유와 계약한 첫 길거리 선수이자 첫 노숙인 선수다. 그는 카보베르데(북대서양에 있는 섬나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리스본 북쪽 로레스 뒷골목에 버려져 거리의 부랑자로 노숙자 시설을 전전했다. 길거리가 형제의 교육장이었다. 그 덕분에 베베는 기존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즉흥적인 상상력을 갖췄다.

퍼거슨은 “베베는 원자재다. 우리는 그를 잘 다룰 수 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은 동화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견하면 일정 기간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포르투갈에 선수 발굴에 뛰어난 스카우트가 있어 빨리 결정을 내렸다. 때론 충동적으로 일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퍼거슨이 충동을 얘기할 땐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 선수와 계약하기 전에 삶의 방식과 가족, 개인의 뿌리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그리고 맨유 주치의가 OK 사인을 보내기 전에는 절대 계약하지 않는다. 퍼거슨은 과거 자신의 코치였던 카를루스 케이로스 포르투갈 감독에게 베베의 잠재력에 대해 물어봤다. 퍼거슨은 케이로스 감독의 의견을 신뢰한다. 호날두와 나니, 안데르손 등과 사인할 때도 케이로스의 의견이 반영됐다.

베베가 맨유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자신의 강점인 즉흥적 상상력을 살리면 된다. 1953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6-3으로 대파한 헝가리는 즉흥적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당시 최고의 스타인 페렌크 푸스카스는 길거리에서 기술을 배웠다. 헝가리는 자동차가 가득 차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축구 강국에서 멀어졌다. 베베가 길거리 축구의 신화를 쓰길 기대한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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