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아버지 보고 계시죠”

  • Array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랭킹 82위 대만 루옌쉰
7위 로딕 꺾고 윔블던 8강

4시간 36분의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끝낸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이 경기를 보셨을 것이다.”

세계 랭킹 82위 루옌쉰(27·대만·사진)이 세계 7위 앤디 로딕(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29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 루옌쉰은 윔블던에서 4년 연속 첫 판에서 물러났고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5회 연속 1회전 탈락한 무명 선수. 국제무대에서는 투어보다 한 단계 낮은 챌린저대회에서 주로 뛰는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벼룩시장배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반면 ‘광속 서버’ 로딕은 세계 랭킹 전 1위로 지난해를 포함해 윔블던에서만 3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로딕의 일방적인 경기가 예상됐지만 루옌쉰은 끈질긴 리턴과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3-2(4-6, 7-6, 7-6, 6-7, 9-7)로 이기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루옌쉰은 대만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1995년 마쓰오카 슈조(일본) 이후 15년 만에 메이저대회 8강을 밟았다.

이형택과 자주 맞붙어 패했기에 국내 팬들도 이름이 익은 루옌쉰은 2000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했다. “아버지는 양계장에서 일하며 뒷바라지를 하셨다. 닭을 잡기 편한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악취를 참아가며 고생하셨다.”

루옌쉰은 세계 3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세계 1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17위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를 2-0(7-6, 6-4)으로 누르고 8강에 합류했다. 윌리엄스는 세계 12위 리나(중국)와 맞붙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