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자신감으로 세계 놀라게한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7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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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우루과이의 16강전을 지켜본 많은 외국 기자들은 한국 취재진들에게 "졌지만 환상적인 경기였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섭게 성장한 한국 축구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축구 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런 배경에는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도 체력과 체격에서 뒤지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압도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체력적인 면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세계 강호들과 맞서면서도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강철 체력을 밑거름으로 한국은 남아공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강호들과 맞서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상대를 압도했다. 상대보다 많이 뛰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는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체력과 체격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이런 점들에서 나이지리아보다 더 나았다. 나도 깜짝 놀랬다"고 말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슈팅수(한국 15개, 우루과이 14개)와 볼 점유율(한국 54%, 우루과이 46%)에서 모두 앞섰다. 한국은 총 596번의 패스를 시도해 424번 성공하며 7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우루과이가 434번의 패스 중 268번(62%) 성공한 것에 비해 무려 9%가 높다. 체력의 바로미터인 선수들의 뛴 거리도 한국이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한국은 교체선수 2명을 포함해 13명의 선수가 90분 동안 10만 8369m를 뛰었다. 우루과이는 3명의 교체 선수를 포함해 14명의 선수가 10만 6575m를 뛰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

이청용(볼턴)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메시를 안 무서워하는데 오히려 코칭스태프들이 걱정한다"고 말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스타다. 한국 선수들은 주눅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똑같은 선수일 뿐"이라며 오히려 주위의 반응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이 1-4로 크게 졌지만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의 반응은 "해볼 만했다"였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한국은 B조 3개국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다. 상대팀들을 한국보다 한수 위로 보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계에 큰 사고를 치겠다"고 말했다. 이청용, 기성용(셀틱) 등은 아르헨티나전 패배, 나이지리아전 무승부에도 담담한 얼굴로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강국들을 맞으면서 대등하게 싸웠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선수들은 그 누구를 만나도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선 당시 직접 뛴 선수도 있지만 한국의 4강 신화를 보면서 월드컵의 꿈을 키운 선수가 많다.

이제 축구 유망주들은 꿈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일 월드컵 키드'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빛을 발했듯이 '남아공 키드'들이 다시 한번 월드컵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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