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남아공]월드컵 열기 찬물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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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남아공 16강 가물가물

잔칫집에 우환이 생긴 격이다.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이 조별리그 A조에서 20일 현재 1무 1패(승점 1점)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선 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1위 우루과이와 2위 멕시코는 나란히 1승 1무(승점 4점)를 기록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멕시코가 22일 3차전에서 비기면 남아공은 프랑스(1무 1패)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다.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남아공의 운명이 결정짓게 되면서 남아공 국민들의 상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월드컵 열기가 식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더반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무케시 투마 씨는 “이제 남아공 국민 가운데 월드컵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남아공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면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끝나려면 아직 20일 이상 남았지만 남아공 대표팀의 관련 상품들은 벌써 세일에 들어가고 있다. 개막 전만 해도 불티나게 팔렸던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 티셔츠, 모자 등은 대표팀 성적이 부진하자 판매도 동시에 부진에 빠졌다.

남아공의 탈락이 확정되면 외국 취재진과 관광객들의 안전도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불상사 없이 대회가 진행됐지만 탈락 뒤에는 현지 주민들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바뀔 우려도 있다. 남아공 제이컵 주마 대통령도 이런 위기감에 “우리는 대회의 열기를 끝까지 북돋워 남아공 국민의 양심과 자부심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걱정도 커졌다. 입장권이 97%나 판매됐다고 발표했지만 경기장마다 눈에 띄게 빈 좌석이 많았다. 남아공이 탈락하면 표를 구매하거나 예약했던 남아공 시민이 대거 경기장을 찾지 않거나 취소할 우려도 있다. 남아공 대표팀의 성적이 이번 월드컵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더반에서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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