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캡틴 박’의 버팀목, 남일兄있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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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남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김남일의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진공청소기’ 김남일(33·톰 톰스크)의 아내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가 최근 전한 얘기다. 남편이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할 때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인사차 찾아오자 용돈을 넣은 두툼한 봉투를 줬단다. “왜 당신보다 돈 많이 버는 선수에게 용돈을 주냐”고 하니까 “내가 형이니까”라며 웃었단다.

박지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을 함께 오르내리며 알게 된 김남일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박지성은 한 자서전에서 ‘프리미어리거가 된 뒤에도 아버지가 통금시간을 정해 놓았는데 늦을 경우 남일이 형 핑계를 댔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봐줬다’고 썼다. 그만큼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도 김남일에 대해선 신뢰가 깊었다. 훗날 김남일이 박성종 씨에게 ‘지성이하고 밤늦게까지 있었던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바람에 박지성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둘은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현장에서 김남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팀에 큰 힘을 주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김남일이 자신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후배들을 챙기고 있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겠지만 “후배들이 잘해야 2002년 4강 신화가 한국 축구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기회가 오면 열심히 뛰겠지만 후배들이 잘 뛰는 걸 보는 것만도 즐겁다”고 말하며 묵묵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특히 최고참 이운재(37·수원)와 안정환(34·다롄 스더) 등 노장들과의 가교 역할을 잘해 주장인 박지성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김남일, 철벽 수비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김남일이 그리스 콘스탄티노스의 공을 따내고 있다. 연합뉴스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벤치를 지키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주전보다 후보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온 김남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양지보다 음지에서 주장 박지성을 받쳐주고 있다.

김남일의 박지성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요즘 젊은 선수들 참 당당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전 지금까지 지성이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 선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김남일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박지성도 힘이 난다.

<루스텐버그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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