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나이지리아 ‘첩보 일정’…“휴, 진땀뺐네”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4일 14시 58분


코멘트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오스트리아 알타흐 인근에 캠프를 차렸다. 북한과 그리스의 평가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알타흐 캐시 포인트 아레나 매표소 창구에 붙어 있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오스트리아 알타흐 인근에 캠프를 차렸다. 북한과 그리스의 평가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알타흐 캐시 포인트 아레나 매표소 창구에 붙어 있다.
평가전 장소 끝까지 “모른다” 일관
전력분석팀 항공권 확보 등 애먹어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는 B조에 속한 상대국 전력 분석을 위해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지만 정작 일정을 확정한 것은 한일전을 위해 일본 사이타마로 건너가기 직전이었다.

캐나다전 외에 공식 A매치를 잡지 않은 아르헨티나는 그렇다 손치더라도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는 막판까지 말썽이었다.

비록 2004년 유럽선수권을 제패하긴 했어도 유럽연합(EU) 변방에 속한 그리스는 일찌감치 북한 평가전을 확정했으나 날짜와 장소가 2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 포인트 아레나라고 발표된 것은 최근이었다. 심지어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달 초 그리스와 북한의 경기가 아테네 인근 도시 피레우스에서 열린다고 공식사이트 일정표에 버젓이 올려놓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토대로 코치진의 그리스 현지 파견을 준비했으나 그리스축구협회는 “북한과 평가전을 하는 건 맞지만 장소는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어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
다행히 협회는 유럽 내 가용한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결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다는 걸 확인했으나 ‘산 넘어 산’이라고 이후에는 항공권 확보에 진땀을 빼야 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경기 입장권은 4월19일부터 판매가 이뤄졌다고 하니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였다. 25일과 26일을 오갔고 상대국도 아이슬란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변경하는 등 한국 축구의 정보력을 끝까지 시험했다. 더구나 장소도 영국 런던에서 오스트리아 와텐스로 옮겼으니 부연이 필요 없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대 전력 분석은 차치해도 평가전 스케줄도 이처럼 늦게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리스, 나이지리아) 행정력이 허술해서인지, 우리에게 혼란을 주려는 의도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진짜 의도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겠지만 허정무호의 진을 잔뜩 빼놨으니 이쯤 되면 상대에겐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타흐(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