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 월드컵]‘스페인 vs 브라질’ 꿈의 대결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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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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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세계 축구팬들은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꿈의 대결’에 들떴다. 유럽의 양대 호화 군단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오넬 메시의 FC 바르셀로나가 자웅을 겨루게 됐던 것이다. 그 대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1994년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원조 드림팀’ 바르셀로나와 파비오 카펠로가 이끌던 또 다른 최고의 팀 AC 밀란의 결승전을 연상케 했다.

당대 가장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강자들 간의 맞대결은 장구한 월드컵의 역사에서도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대결이 결승전에서 성사되기란 더더욱 어렵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맞닥뜨린 최강 브라질과 ‘카테나치오(빗장 수비)’ 이탈리아의 결승전이 그런 냄새를 약간 풍기기도 했지만 당시 브라질은 이탈리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고 결과도 사실 싱거웠다. 어쩌면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서독의 결승전이야말로 흥미로웠다. 그것은 축구사의 혁명적 사조였던 ‘토털 사커’의 완성형과 최고의 리베로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토털 사커의 맞대결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승부였다.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는 호나우두(브라질)와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충돌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이 결과를 떠나 한 시대의 고수들이 벌인 젊은 날의 한판 승부로 기록될 법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과연 ‘꿈의 결승전’이 가능할까? 지구촌 축구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꿈의 경기는 물론 ‘스페인 vs 브라질’이다. 사실 두 팀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훨씬 더 높은 확률로서 만날 것이 예상됐다. 그러나 스페인이 미국에 패하면서 이른바 미리 보는 월드컵 결승전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스페인의 패배는 A매치 연속 무패가 35경기(브라질과 역대 타이기록)로 마감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두 팀을 ‘꿈의 대결’의 후보로 상정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스페인과 브라질은 각각 유럽선수권과 남미선수권의 챔피언일 뿐 아니라 최근의 전적과 경기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강이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3년여 동안 스페인은 잉글랜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모두에 2승씩을 거뒀으며 독일에 1승, 이탈리아에도 1승 1무(승부차기 승)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은 숙적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3승 1무의 압도적 우세를 펼쳐 보였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 2승, 잉글랜드를 상대로도 1승 1무를 기록했다. 포르투갈만이 2007년 초 브라질에 한 차례 승리를 거둔 적이 있지만 오히려 이듬해에는 2-6의 참패를 맛봤다.

흥미롭게도 둘은 스타일 면에서도 얼마간 대조적이다. 스페인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는 세밀한 ‘점유율 축구’에 있어 가히 최고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브라질은 강력한 수비 라인과 막강한 역습 능력을 자랑하며 고도의 ‘효율 축구’를 펼쳐 보인다.

따라서 남아공에서 이 두 팀의 맞대결이 정말로 성사된다면, 이는 세계 축구의 전술적 흐름을 통찰함에 있어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전이 될 것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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