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14>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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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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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왼쪽), 김연아 선수.
박태환(왼쪽), 김연아 선수.

빙상에 '피겨여왕' 김연아가 있다면, 수영에는 '마린보이' 박태환이 있다.

박태환은 김연아보다 조금 앞서 아시아인에게는 불가능해 보였던 세계 스포츠의 벽을 넘어섰다. 박태환은 2007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박태환이 서양 선수들이 독점해오던 수영, 그것도 자유형에서 세계를 정복하면서 한국 수영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박태환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세계 기록과의 수준 차가 크다. 이에 따라 박태환이 부진할 경우 한국 수영도 덩달아 침체에 빠진다.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이 8강에도 들지 못하고 부진하자 한국 수영계가 흔들린 게 좋은 예.

이런 와중에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갑자기 사퇴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1월 수영인들은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이기흥(55) 대한체육회 전국체육대회위원장을 제25대 대한수영연맹 회장에 선출했다.

이기흥 회장
이기흥 회장
어려운 시기에 수영계를 이끌게 된 이기흥 회장은 "제2, 제3의 박태환이 나올 수 있도록 한국 수영의 체질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취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베이징 올림픽 때 대한체육회 홍보이사로 박태환과 한 달 간 같이 생활하면서 태환이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그런데 너무 힘든 훈련을 해야 하는 태환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태환이를 만나면 부탁의 말을 하기에 앞서 그냥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며 "김연아의 활약에 자극받은 태환이가 스스로 훈련에 온힘을 쏟고 있어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4관왕 목표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뱍태환은 20일부터 호주 브리즈번에서 호주수영대표팀 마이클 볼 코치의 특별 지도를 받으며 두 달간의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박태환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했기 때문에 또 다른 선수들도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번 호주 전지훈련에 연맹에서 모든 경비를 제공해 수영 꿈나무 4명을 동행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3명, 여자 1명으로 구성된 이들 유망주들도 볼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며 "이렇게 박태환의 뒤를 이을 선수들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영연맹은 최근 중국의 췌이훙다를 국가대표 다이빙 코치로 영입하기로 했다. 췌이훙다 코치는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크로 플랫폼 금메달리스트인 왕신을 키워낸 다이빙의 세계적인 지도자.

이 회장은 "우리와 신체 조건이 비슷한 중국 선수들이 세계 다이빙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중국 코치를 영입하게 됐다"며 "췌이훙다 코치에게 한국 다이빙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도 안무를 보강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서 코치를 초빙해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하기로 했고 수구는 선수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회장은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고 2004년부터 5년간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다른 체육단체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영도 일선 지도자들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큰 문제"라며 "대표팀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이나 각 시도 연맹에 소속된 지도자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나 대한체육회 등이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수영장이 2500여 군데가 있고 등록 선수만 3500명이며 생활체육으로 수영을 즐기는 동호인은 수십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저변은 충분하다"며 "최근 발족시킨 스포츠마케팅 사업단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28일부터 5일간 김천실내수영장에서는 동아수영대회가 열린다. 1929년 창설돼 82회 째를 맞게 된 동아수영대회는 한국 수영의 역사이자 박태환은 물론 송재웅 조오련 최윤희 성민 김민석 류윤지 정슬기 등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한 한국 수영의 요람.

이 회장은 "역사와 전통의 동아수영대회를 처음 치르게 돼 가슴이 설렌다"며 "한국 수영 신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이번 동아대회에서 많은 기록이 쏟아져 한국 수영의 미래를 밝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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