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생뚱맞은 4월의 눈발…적도서 온 선수들 ‘바들바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4월 14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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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서 날아온 페르시푸라
추위 대비했지만 눈은 예상 못해


“아니, 꽃피는 봄에 웬 눈?”

전북과 페르시푸라의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5차전이 열린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킥오프를 세 시간여 앞둔 오후 4시부터 조금씩 눈발이 흩날리더니 한 시간쯤 지나자 초록 그라운드가 흰색으로 변해갔다. 이날 기온은 영상 1℃. 강수량은 0.4mm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양이 아니었으나 잿빛 하늘에서 뿌려대는 싸리 눈은 전북의 다득점 완승과 많은 관중을 기대했던 전북을 근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쉬움도 컸다. 예정됐던 단체관전이 취소됐고, 경기장 스탠드는 지붕이 덮인 일부 지역과 전북 서포터스 석을 제외한 지역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더 당황한 쪽은 고온다습한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온 페르시푸라. 영하의 기온과 칼바람 속에 열린 3월 9일 창춘(중국) 원정에서 추위를 대비하지 못해 0-9로 대패한 경험이 있는 페르시푸라는 개인별로 두툼한 옷과 장갑을 마련해왔으나 여전히 추위와 눈은 낯선 듯 경기 전, 몸을 풀 때 쉼 없이 손을 비비고 몸을 떨었다. 카타르와 사우디, 베트남에서 온 심판진도 발을 동동 구르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AFC도 미리 준비한 눈 경기용 노란색 공에 부랴부랴 바람을 넣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일단 눈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거의 멈췄다. 하지만 여운은 그대로였다. 필드를 누비는 양 팀 선수들은 공을 쫓거나 슛 모션을 취하다 미끄러지는 등 재미난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전북 관계자는 “오랫동안 전주에 살았지만 4월 중순의 눈은 처음 본다. 관중은 실패했지만 예정됐던 프로야구가 눈 때문에 취소되면서 녹화중계가 생중계로 바뀌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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