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노크하는 아이비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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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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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특기생 없는 하버드-코넬대생 3명, 예비 드래프트에 파격 초청


미국프로농구(NBA) 예비 드래프트 캠프가 열린 지난주 미국 포츠머스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 한 동양계 선수가 경기 중 쉽지 않은 레이업슛을 성공시켰을 때 장내 방송에서 그의 이름과 대학이 소개됐다. “하버드대의 제러미 린입니다.” ‘하버드’라는 단어에 관중석에 있던 프로 팀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에게 쏠렸다.

졸업을 앞둔 대학 농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NBA의 드래프트 시즌이 시작됐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코네티컷대, 미시간주립대 같은 전통 명문 팀 선수들은 구단의 영입 순위 맨 앞자리다. 반면 미국대학농구 1부 디비전을 구성하는 32개 콘퍼런스 중 아이비리그 팀 선수들은 관심 밖이다. 아이비리그의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코넬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에는 체육특기생 제도가 없어 프로에서 뛸 만한 선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예비 드래프트 캠프에 아이비리그 선수가 3명이나 초청받아 주목받고 있다. 이 캠프는 대학 특급 선수들은 아니지만 NBA 사무국이 프로에서 뛸 자질이 있다고 판단한 선수 64명을 초청해 스카우트들 앞에서 실력 발휘의 기회를 주는 것. 올해 하버드의 포인트가드 린, 코넬대의 슈팅가드 라이언 위트먼, 센터 제프 푸트가 초청받았는데 한 해 3명의 아이비리거가 캠프에 참가하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아이비리그 농구 수준이 많이 좋아진 결과다. 중국계 미국인인 린은 만년 약체 하버드대에 올 시즌 21승 9패의 성적을 안겼다. 아이비리그 1위를 한 코넬대는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 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 아이비리그 팀으로는 31년 만에 16강까지 올랐다.

아이비리그 선수가 NBA에 진출한 것은 1995년 드래프트 49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뽑힌 펜실베이니아대 제롬 앨런이 마지막. 스카우트들에겐 이번 캠프에 참가한 3명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운동에 대한 열의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이들에게 농구 말고도 안정된 미래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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