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김성근 감독·최동수의 ‘만담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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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07시 00분


SK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 DB]
SK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 DB]
SK 김성근 감독이 30일 잠실구장 벤치에 앉는 순간, LG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왕년의 사부’에게 안부인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

먼저 서승화가 김 감독에게 “안녕하세요? 감독님”이라고 외친 뒤 대답도 듣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잠시 후 이진영이 지나가다 또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너희들 왜 정신사납게 내 앞에 왔다갔다 하냐. 그것도 작전이냐?”며 웃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최동수가 찾아와 “안녕하십니까”라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 김 감독은 “너 거기(LG) 자리가 없더라. 여기에 와서 앉아라”며 농담을 걸었다. 그러자 최동수는 “저는 세이브 타자입니다. 세이브 투수와 비슷하게 7회나 8회에 나가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제자의 말발에 할말을 잃은 듯 김 감독이 “내일 날씨가 어떻대냐?”며 화제를 돌렸다. 최동수가 “SK 피하려고 내일 비가 온답니다”라고 대답하자 김 감독은 “지금 우리하고 붙으면 LG가 이겨. 나중엔 못 이겨”라며 엄포를 놓았다.

최동수가 반격(?)하려 하자 김 감독은 갑자기 주머니 휴대폰을 보더니 “신호는 오는데 왜 받으면 들리지가 않지?”라며 엉뚱하게 화제를 돌렸다. 최동수는 “뭐가 걱정이십니까. SK인데. 휴대폰 하나 달라고 하세요”라고 말한 뒤 쏜살같이 도망갔다. 김 감독은 반격할 타이밍을 놓치고는 도망치듯 달려가는 제자의 등을 보고 웃기만 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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