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통호위 ‘택배차 행렬’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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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1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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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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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달리는 택배차!’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오전 8시 잠실종합운동장 방면 올림픽대로에는 특이한 장면이 목격됐다. ‘한진택배’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수많은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 2,3,4차선을 ‘점거’하고 줄을 지어 달린 것. 차량 행렬의 앞뒤로는 경찰 사이드카 6대가 붙어 호위를 했다. 외국에서 국빈이 방문했을 때 호위하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

이 차량의 정체는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옷과 소지품을 실어 나르는 택배다. 쌀쌀한 날씨에 두툼한 겨울 복장으로 온 2만3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벗은 옷은 비닐백에 담겨 97대의 택배 차량으로 옮겨졌고, 차량들은 이 물품을 피니시 라인이 마련된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실어 나른 것.

이 모습은 또 하나의 마라톤을 연상케 했다. 앞차를 따라가는 차량 행렬의 모습이 앞 선수와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페이스를 조절하는 선수들의 이미지와 오버랩 됐다.

차량은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오전 4시께 수도권 2군데 물류터미널에서 집결한 97대 차량은 오전 4시 30분께 동아마라톤 출발 장소인 광화문으로 이동해 일사분란하게 선수들의 소지품을 실을 수 있도록 일렬로 정렬까지 마쳤다. 이후 오전 6시부터 소지품을 보관 받아 1시간 40여분 간 모든 물품을 섞이지 않도록 차량에 분류해 옮긴 뒤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동했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차량 운송 책임을 맡은 한진택배 성진효 대리는 “동아마라톤대회가 이번에 골드 대회로 승격해 참가자들이 더 많아져 택배차량도 20대가 더 들어왔다. 이 때문에 걱정하고, 더 많이 준비했는데 이상 없이 잘 됐다”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면서 택배 차량이 일렬로 달리니까 마음이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한진택배는 차량 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344개 동호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인 167명의 선수도 출전시켰다. 성진효 대리는 “수도권 10여개 지점에서 한 자리에 모인 거라 같은 회사라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인사하고 끝나고 소주라도 한 잔하며 친목의 자리를 갖겠다. 마라톤은 이렇게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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